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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마다않고… 별에서 온 남편이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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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마다않고… 별에서 온 남편이냐고요?

입력
2015.10.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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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경단녀 뒤엔 가사분담 불평등

맞벌이 부부 비중 44% 불구

집안 청소하는 남편 20%가 안 돼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차출근제를 택한 서범석씨 부부.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차출근제를 택한 서범석씨 부부.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우리 남편요? 본인 일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봐야죠.”

간호사 오지연(39)씨는 집안일이며 육아며 부인에게 미루는 법이 없는 남편 서범석(41ㆍ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근무)씨 덕분에 직장 일에 더 열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6학년, 4학년 두 딸을 두고 있는 이들 부부는 평일이면 7시쯤 귀가한다. 먼저 집에 온 사람이 밥을 안치면, 늦은 사람이 아이들을 돌보거나 함께 부엌에 선다. 요리는 솜씨 좋은 오씨가 더 많이 하지만 그 외 집안일은 보이는 사람이 한다. 야근 때문에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 귀가할 때는 한밤에 설거지를 한다. 서씨는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5시 반에 퇴근하는 시차출근제를 4년째 하고 있다. 부인과 저녁 준비를 함께 하고 가족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친구네는 아빠가 새벽에 나가서 밤 1시에 들어와 평일에 거의 보지를 못한데요. 나는 아빠랑 매일 저녁을 먹는다니까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작은 딸 정원이는 아빠의 귀가가 늦는 친구 집 사정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서씨가 충분히 놀아주니 사춘기에 접어든 큰 딸과도 데면데면한 게 없다. 서씨는 결혼 초기에는 집안일을 거드는 수준이었지만 아이가 생기고부터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오씨는 “남편이 집안일이나 아이 돌보기를 내 일처럼 하니까 격주로 토요 근무를 나갈 때도 걱정이 없다.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남편이 알아서 밥상을 차리고 아이들을 챙기는 덕분이다. 오씨는 남자들이 맞벌이를 원하면서도 정작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니까 힘에 부친 여자들이 직장을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씨는 “피곤에 절어 퇴근하는 건 부부가 다 마찬가지로 맞벌이를 하는 이상 남편 역시 가사에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며 “내 몸 하나 편하자고 집에서 널브러지면 가정이 행복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맞벌이부부 비중이 43.9%로 전체 부부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서ㆍ오씨 부부 사례처럼 가사를 분담하는 가정은 그리 흔하지 않다. 단적인 예로 집안청소를 전담하는 남편은 8.4%(2012년 한국종합사회조사)밖에 안 된다. 집안청소를 하는 남편도 20%가 채 안 된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급격히 늘어났는데 가부장적 마인드는 쉽게 바뀌지 않으니 맞벌이를 하는 아내는 죽을 맛이다. 미혼의 증가, 저출산, 경력단절여성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 이면에 후진적인 가사분담이 있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성평등적인 태도를 가진 국가일수록 여성 고용률이 높고 생산성도 높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야 우리나라도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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