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정두언 칼럼] 소장파가 사라진 야당

알림

[정두언 칼럼] 소장파가 사라진 야당

입력
2018.02.25 10:21
30면
0 0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차이는 개혁파 유무

116석 한국당 '식물ㆍ샐러리맨 정당' 전락

초ㆍ재선 나서 리더십비판 쇄신 요구해야

#1. 2000년 공직 생활을 그만두고 제 16대 총선에 출마했을 때다. 6선 의원을 지내신 백부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 때 당부하신 말씀이 ‘이왕에 정치를 하려면 대망을 가지고 하라’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아직 당락도 불확실한 정치 초년병에게 대망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과분한 충고다 싶었다. 그러다 낙선의 고배를 거쳐 3선 의원을 하면서 비로소 백부님의 당부를 이해하게 됐다. 고작 국회의원을 목표로 하는 정치와 대망을 가지고 하는 정치는 스케일만 다를 뿐 아니라 몸가짐과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다. 초지일관, 언행일치, 선공후사를 몸소 실천하며 끊임없이 대중의 심판과 평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대권의 뜻을 이룬 전직 대통령들은 대부분 파란만장하게 이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는 일부를 제외한 많은 금배지들은 거의가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거수기 노릇을 하다가 사라지기 일쑤다.

#2. 한나라당은 1997년에 창당되어 2012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기까지 우리나라 정당 사상 박정희의 민주공화당 다음으로 오래 지속된 정당이었다. 수 많은 정당이 명멸해온 우리 정치 풍토에서 한나라당이 이렇게 오랜 기간 존속한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을 끊임없이 이어져온 당내 소장파(쇄신파 혹은 개혁파라고도 불림)의 존재라고 감히 주장한다. 제왕적 총재라 불리던 이회창 치하에서 남(경필),원(희룡),정(병국)을 위시한 미래연대는 수시로 이 총재를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어진 MB 치하에서 정(두언),남(경필),정(태근) 등 쇄신파는 사찰을 당하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득권 정당, 부자 정당으로 매도되던 한나라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어 집권을 하게 된 데에는 이들 소장파들의 존재와 역할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다 박근혜 치하에 들어서면서 새로 탄생한 새누리당은 당내 소장파는 물론 비주류의 씨를 말리면서 일사불란한 독재정당으로 전락했다. 유승민과 필자 정도가 저항해봤지만 결국 우리나라 보수 진영을 궤멸시키다시피 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

#3. 현재 제 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는 116석으로서, 민주당과 원내 제 1 당을 다투고 있다. 그러나 의석수에 비해 한국당의 지지율이나 존재감은 너무 미약하다. 한국당을 출입하는 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가 하나 같이 조롱조다. ‘국회의원이라기보다는 월급쟁이들 같다’ ‘기사를 쓰려고 해도 얘기가 되는 의원이 없다’ ‘과거의 소장파는커녕 초재선 의원들 모임조차 없다’ ‘홍반장의 사당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태로 지방선거나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등. 야당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이며, 수권정당으로서의 견실함이다. 그런 면에서 자유한국당은 제 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다. 당 대표의 원맨쇼는 오히려 대중의 비호감만 키울 뿐이다. 또 다른 야당인 바른미래당도 자유한국당과 오십보 백보다.

#4. 야당이 강해야 여당이 강해지고, 여당이 강해야 정부가 강해지고 국가가 강해진다. 지금의 야당으로는 제 역할을 못하고, 정부 여당의 오만과 독선을 부추기기 십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야당에 대안적 인물의 부재에 기인한 바가 크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야당에서 소장파가 등장해야 한다. 그래서 당 지도부의 독주와 무능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당 자체를 뒤엎을 태세로 나서야 한다. 오히려 지금이 야당내 초재선 의원들이 월급쟁이 국회의원에서 벗어나 대망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지금 당이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 중 YS, DJ, 노무현 등은 당내 소장파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5,000천만의 인구를 가진 작지 않은 국가다. 이런 나라의 큰 야당에서 대망을 가진 지도자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적, 국가적 수치이자 불행이다.

정두언 전 국회의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