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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대학교육 실험 1년… 아메리칸 드림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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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대학교육 실험 1년… 아메리칸 드림으로 이어질까

입력
2015.05.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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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 자퇴생 350만명, 비싼 등록금 탓 자퇴 비율 급증

기업·대학 손잡고 교육 격차 해소, 美 스타벅스 직원 13만5,000명 대상

애리조나대 온라인 학위 지원하면 파트·풀타임 상관없이 장학금 지원

올 가을학기 2만명 등록 예상, 장학금 전액 지원 全학년으로 확대

유명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지난해 6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과 손잡고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 실현 실험에 착수했다. 미국 스타벅스 직원 약 13만5,000명을 대상으로 애리조나대학의 온라인 학위 제도에 지원할 경우 무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이든 상근직이든 상관 없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씩만 일하고 있다면 애리조나대 온라인 학위 과정의 3, 4학년으로 편입할 경우 등록금 전액, 1, 2학년 과정은 등록금의 22%를 면제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 제도를 시행할 당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의 정책이 지속적인 재원 투자 등을 고려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과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애리조나대에 등록금 지원 정책을 벌인지 올해 5월로 이제 약 1년이 다 돼간다. 스타벅스의 교육 실험의 시작과 그 동안 어떻게 진행됐는지 돌아봤다.

미국, 대학 자퇴생 심각한 사회문제 부각

스타벅스가 직원들의 대학 등록금 지원에 나선 것은 현재 미국의 가장 큰 사회 문제로 교육 격차로 인한 소득 불평등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격차가 발생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미 대학생들의 자퇴 비율 급증이 손꼽히고 있다.

미 조지타운대 교육 및 노동력 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24세 이하 청년의 경우 1970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 학위 취득 비율이 40%에서 73%까지 2배 가까이 상승한 반면 빈민 가정 출신은 6%에서 8%로 고작 2%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미국에는 약 350만명의 대학 자퇴생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미국 텍사스주의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조지타운대 교육 및 노동력 센터의 앤소니 카네베일 박사는 “미국에서는 1983년부터 소득 불평등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불평등 발생의 약 80%는 교육 격차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방정부가 2년제 지역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대학생들의 자퇴를 줄이고 졸업 비율을 올리는 효과는 거의 거두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애리조나 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록금 지원정책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기업과 대학이 처음으로 상호 협조를 통해 미국의 교육 격차 문제 해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CEO와 애리조나 대학 총장의 의기투합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클 크로우 애리조나 주립대학 총장은 2013년 여름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이러한 새로운 교육 실험을 위한 대장정을 처음으로 기획했다. 당시 세미나는 세계화와 기술 변화가 일자리를 빠르게 잠식해가는 상황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기업가와 학계 관계자들은 미 의회의 지지부진한 의사결정 등 정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단체들이 나서 해결책을 제시하자고 머리를 맞댄 것이었다. 크로우 총장은 “슐츠와 나는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 구석에 같이 앉아 얘기를 들었다”면서 “어느 순간 ‘말만 할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보면 어떨까’라는 대화를 슐츠와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슐츠 CEO와 크로우 총장은 걸어온 인생역정을 통해 체득한 교육관에서 공통점이 많았다. 크로우 총장은 9살에 어머니를 잃고 해군 장교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17개의 학교를 옮겨 다녔다. 집안이 어려워 형제들 중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슐츠 CEO도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에 있던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책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크로우 총장과 마찬가지로 형제들 중 대학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자신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슐츠 CEO와 크로우 총장은 교육이 일부 엘리트주의의 전유물이 되는 것을 혐오했다. 교육의 기회는 모든 사람들이 될 수 있는 대로 평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중시했다.

크로우 총장은 취임 이후 저소득층 가정 출신의 학생들의 입학 비율을 높이기 위해 애리조나대의 온라인 학위 과정을 확대하는데 전념해왔다. 그 결과로 현재 애리조나대에는 저소득층 가정 출신의 학생 비율은 과거보다 2배 증가한 40%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대학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스타벅스에서도 2013년에 자사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60%는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80%는 회사에 원하는 복지 정책으로 등록금 지원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스타벅스 직원들에는 20, 30대의 젊은층이 많고 이들 대부분이 가난한 집 형편상 대학을 포기하고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슐츠 CEO는 당시 세미나에서 “민간기업이 교육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면 다른 많은 대학들도 우리를 따라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차 말했다고 크로우 총장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스타벅스 직원들, 대학 등록 폭발적 증가

슐츠 CEO가 지난해 6월 등록금 지원 정책을 각 지점에 공고했을 때만 하더라도 직원들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대중들을 커피전문점에 끌어들이려고 감성 마케팅에 치중해왔던 스타벅스가 일회성인 대학 등록금 지원 정책을 통해 직원들을 홍보 대상으로 이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대학 등록 후 졸업하기까지는 지속적인 지원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괜히 시간 낭비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슐츠 CEO와 크로우 총장이 스타벅스 직원들의 대학 등록 지원을 위한 입학 절차 안내와 재정 상담, 전공 선택 조언 등 철저한 학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자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무료 연방학자금지원서(FAFSA)를 통해 미 연방 교육부에서 학자금 보조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학비 보조 규모를 정하기 위해 학생과 가정의 신상정보 및 수입과 자산을 묻는 총 108개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 질문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 작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 정부에 따르면 저소득층 계층 학생 중 약 200만명이 FAFSA 적용 대상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애리조나대에 지원한 모든 스타벅스 직원들은 학교 측에서 제공한 재정 상담가의 조언을 통해 FAFSA 서류를 완벽히 제출했다.

버지니아주 프레데릭스버그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메리 햄(49)은 “대학 입학부터 학점 관리까지 애리조나대 관계자들이 매주 수시로 나한테 전화를 한다”면서 “그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대학으로 다시 돌아올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꿈이 간호사였다는 메리 햄은 지난해 애리조나 대학의 물리 치료사 과정에 입학했다. 캘리포니아주 페리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앨리샤 토마스(23)는 대학 졸업을 위한 방법으로 지난해 스타벅스에 취업하기도 했다. 토마스는 “스타벅스 정책을 이용하면 대학 졸업을 위해 필요한 비용인 3만달러 가까이를 절약할 수 있다”면서 “애리조나대를 졸업한 후 음악 분야 홍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까지 애리조나 대학에 입학원서를 제출한 스타벅스 직원들은 약 1,500명으로 전체 스타벅스 직원의 약 1%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달 만인 그 해 10월에는 약 5,289명이 대학에 등록해 입학 지원자가 5배로 늘어났다. 스타벅스는 현재 직원들의 입학을 독려하기 위해 이메일과 트위터 등을 통해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다가오는 올해 가을학기에는 약 2만명의 스타벅스 지원들이 애리조나대에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지난달 초 3, 4학년 과정에만 지급되던 장학금 전액 지원을 1, 2학년 과정까지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스타벅스 직원들의 적극적 호응이 이어지면서 교육 정책이 성공을 거두자 재정 지원을 더욱 확대해 박차를 가하기로 한 것이다.

슐츠 CEO는 지난달 애리조나대 온라인 학위 관련 전액 지원 방침을 밝히면 “4년 전액 장학금 지원으로 스타벅스는 앞으로 10년 동안 약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스타벅스 직원들의 교육에 대한 접근권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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