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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입력
2014.07.0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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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P2P나 토렌트 같은 파일공유 사이트ㆍ프로그램이 생기면서 미국드라마(미드) 열풍과 함께 한글자막 경쟁도 뜨거웠다. 덩달아 자막 표절이나 가로채기도 성했다. 그래서 자막 제작자들이 ‘수정 금지’니, ‘배포 시 출처 명기’를 자막 첫머리에 넣는 일이 많았다.

▦ 다툼도 심심치 않았다. 표절 시비는 물론 가명이나 닉네임으로 된 자막 제작자 표시만 살짝 지우고 다른 닉네임으로 표기해 P2P 등에 배포하는 얌체 짓 때문이다. ‘24시간 내 배포 금지’라고 적었는데도 누군가가 이를 어기고 인터넷에 퍼뜨렸다며 미드 커뮤니티에서 싸움이 붙는 일도 있었다. 아마추어 자막 제작자야 이른바 ‘봉사 행위’로 했겠지만, 업로더들은 P2P나 웹하드에 올린 동영상에 한글자막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돈벌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한글자막 유무에 따라 네티즌들의 다운로드 수에 큰 차이가 나는 탓이다. 분노한 자막 제작자가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냐며 변리사에게 문의하는 일도 없지 않았다.

▦ 저작권법에 따르면 자막은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2차적 저작물도 제작자의 저작권 권리가 생긴다. 하지만 배포 시에는 원 저작물 제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원저작자는 원작을 기반으로 한 2차적 저작물을 작성, 이용할 권리(22조)가 있기 때문이다. 이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다. 워너브러더스, 21세기폭스사 등 미국의 유명 드라마 제작사 6곳이 최근 미드 내용을 무단으로 번역, 배포한 한글자막 제작자들을 저작권법상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로 무더기 고소했다. 대부분 아마추어 번역가나 취미 삼아 만든 사람들이라고 한다. 미드와 한글자막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급받던 이른바 ‘미드 폐인’이나 ‘미드 커뮤니티’는 이게 뭔 일이냐며 ‘멘붕’에 빠진 모양이다.

▦ 미드 폐인 사이에서는 미드 동영상의 불법 업로드를 먼저 때려잡아야지, 왜 한글자막이냐를 놓고 제작사의 고소 목적과 배경에 대한 말들이 분분하다. 드라마 홍보 효과가 적지 않을 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국인의 영어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도 있고, 급팽창한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 것이란 추측도 있지만 불분명하다. 논란이 많은 카피레프트(지적창작물 공유)의 설 땅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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