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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판적 지식인이 사라지고 있다

입력
2018.02.22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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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고, 그런 사회의 미래는 없다. 그러기에 현재 권력의 잘못을 꾸짖고 진실을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비판적 지식인은 민주주의가 존속하는 한 필요하다.

일견 비판하고 진실을 말하는 일이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었다.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가 현재 권력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일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독재정권 시절에는 사람들이 ‘사슴을 사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했다.

독재정권은 사라졌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다.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이 대중화하면서 지식과 정보가 더는 지식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이야기처럼 인류의 보편성에 기초해 발언했던 지식인의 시대는 지나간 것인지도 모른다. 교수의 강의를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대에 지식인의 역할은 위축되고,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한다.

더욱이 학문이 전공이라는 이름으로 세분화하면서 지식인 집단의 역량은 자신이 공부한 세부 전공에 국한되기 일쑤이다. 지식인이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며 문제를 제기하고, 현실 권력에 대항해 사회변혁의 이론을 만들어가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지식인들에게 A4지 20쪽 내외의, 자신과 심사자만 읽는 글을 쓰도록 강요하는 사회에서 비판적 지식인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 비판적 지식인은 사라지고,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기술자만 남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비판적 지식인이 사라지고 기술자만 남은 사회에서 현실 권력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선한 권력이라도 견제와 비판이 없다면 권력은 절대화하고, 절대화한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대안 사회의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비판적 지식인이 사라진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인류의 탄생 이래 인권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유토피아의 꿈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담한 현실은 현재 한국 사회는 비판적 지식인이 살아가기에 너무나 열악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현재 권력을 비판하고, 대안을 만들고, 시민과 함께 행동하고 실천하는 비판적 지식인이 대학 공간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배우고 익힌 바를 자신과 심사자만 읽는 논문을 쓰는 데 집중해야 하는 현실에서 젊고 유능한 지식인이 비판적 지식인으로 시민사회와 교류하며, 현실정치에 비판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민운동을 20여 년 가까이 한 50대 초반의 지식인이 여전히 젊은 세대로 남아 있는 사회에서 사회 변혁과 이상 사회를 꿈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분명한 것은 비판적 지식인이 사라진 사회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현재 권력과 기득권자이고, 가장 큰 피해자는 더 나은 미래의 꿈을 잃어버린 99%의 시민이 될 것이다.

비판적 지식인의 씨가 마르기 전에 비판적 지식인의 재생산을 위해 목적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비판적 지식인의 존재는 지식인 개인의 결단 문제 이전에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를 꿈꾸는지와 관련된 제도와 체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식인 또한 현재 권력과 기득권 집단의 헤게모니를 비판하고, 99%의 사람들이 살아갈 대안 사회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현실 정치에 참여한다고 비판적 지식인의 역사적 책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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