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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대학원생 35% “돈 문제로 학업 중단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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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대학원생 35% “돈 문제로 학업 중단 고려”

입력
2014.11.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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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수당 30만원 턱없이 적고 장학금도 부족… 소수만 혜택

학업 방해 감수하며 알바까지

"타 사립대 더 열악할 것, 학부 중심 장학제도 개선해야"

A씨는 올해 1학기 서울대 자연계열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도무지 학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월 10시간 조교 업무를 하며 받는 수당 30만원으로는 도저히 한 학기 등록금 300만원과 생활비를 댈 수 없어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음 학기부터는 일도 끊기게 됐다. A씨는 “집에 손을 벌릴 형편도 안 돼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문계열 대학원생 B씨는 전공이 BK21(교육부의 연구비 지원) 사업에서 제외돼 학비 지원이 끊겼다. 휴학 중인 B씨는 “일단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생 3분의 1이 경제적 어려움에 학업 중단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기에 턱없이 부족한 조교 수당,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장학금 혜택 등이 원인이었다.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싼 서울대 대학원의 사정이 이렇다면 사립대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할 것이므로 대학원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서울대 대학신문에 따르면 대학원생 36.6%가 ‘의식주 및 학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경제적 문제로 학업 중단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힌 사람도 35.5%나 됐다. 이는 대학신문이 서울대 인권센터와 지난달 20일부터 12일간 대학원생 1,4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이로 인해 연구와 학업에 큰 지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외나 아르바이트 등 학외 근무를 했던 978명 중 절반 이상이 ‘근무가 학업을 방해했다’고 토로했다. 학내에서 이뤄지는 시간강사 업무(40.5%ㆍ703명 중 285명)나 수업 조교(TA)ㆍ연구 조교(RA) 업무(38.3%ㆍ1,135명 중 435명)도 마찬가지로 학업에 방해가 됐다.

그러나 수당이나 장학금은 너무나 열악했다. 현재 조교 신분인 대학원생 264명 중 3분의 2는 월 2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고 있지만 전체의 3분의 1이 수당으로 월 3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학금 혜택 역시 대학원생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장학금을 받은 556명 중 28.6%가 ‘장학 혜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장학금 액수가 적어 등록금 및 생활비를 부담하는 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34.4%)이었다.

게다가 장학금 수혜 대상도 소수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교내 대학원 장학금인 ‘강의ㆍ연구지원 장학금(GSI)’은 등록금 전액과 매달 90만원을 지원하지만 대상이 지도 교수 당 학생 1명뿐이다. 매달 150만원을 지원하는 ‘기초학문 후속세대 장학금’은 대상이 200명 미만에 불과하다. 전체 대학원 재학생 1만1,000여명 중 1.8%만 제대로 된 혜택을 보는 셈이다.

김종서 서울대 대학원장은 “대학원 장학금이 풍족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학부를 중시하는 인식 탓에 장학금이 학부 교육에 집중돼 있다”며 “장학금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부 기부도 기부자가 출신 학부를 지원해달라고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문 발전을 위해 대학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BK21 사업 등 정부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는 서울대 대학원생마저 이렇게 상황이 열악하다면 다른 사립대는 정도가 더 심할 것”이라며 “최근 도입된 국가장학금제도를 대학원에도 적용하는 등 학부 중심 장학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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