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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3D 프린터의 놀라운 진화: 4D 프린팅

입력
2015.06.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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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D 프린터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뉴스를 많이 접한다. 3D로 설계된 것을 그대로 물체로 만들어주는 기술이기 때문에, 보급이 저렴해지고 프린팅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면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 한계도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는 좋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3D 프린터도 대중화가 되지 않은 마당에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4D 프린팅도 이슈가 되고 있다. 4D프린팅이란 3D프린터로 만든 물체가 다양한 소재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그 형태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보통 접히는 부분의 소재와 접히지 않는 부분의 소재를 달리 설계하고, 열 등에 반응하여 움직이도록 한다. 다시 말해 3D 프린팅이 3차원 물체를 설계도면 대로 출력하는 것이라면, 4D프린팅은 3D프린터로 출력한 3차원 물체가 햇빛, 온도, 물 등의 조건에 따라 변형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즉 기존의 3D프린팅에, 시간에 따라 변화된다는 개념이 추가되어, 시간 차원이 더해진 것이 4D프린팅이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3D프린터로 로봇 모양을 출력하고, 출력한 로봇이 형태를 변화해서 자유롭게 기어가는 거미모양의 로봇을 구현하였다. 이 때 변신에 모터나 배터리 등이 없이 몸체의 변형이 일어난다(아래 사진 참조). 얇은 플라스틱 전기판을 사용해 3D프린팅으로 출력한 로봇으로 접히는 부분에 형상기억 소재 열선을 깔아서 열을 받으면 거미의 형태로 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4D 프린팅 기술은 3D 프린터의 상용화가 진행이 되면서 덩달아 빠르게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과학재단에서는 4D 프린팅 기술개발에 3천만 달러의 연구자금을 집행하는 등 그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도 10대 미래 유망기술로 4D 프린팅 기술을 꼽았다.

4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할 경우 가장 먼저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3D프린터의 출력 한계, 즉 물체의 크기와 부피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3D프린터로 한 번에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크기에 맞는 대형프린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4D프린팅으로는 평면으로 출력한 뒤에 나중에 스스로 형태를 변형하여 조립되는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MIT에서는 물 속에서 의자 부품 조각들이 스스로 조립되는 기술을 개발해서 공개한 바 있다. 이 기술은 각 조각의 연결부분에 자석소재를 활용하여 물속에서 부품들이 떠다니다가 각각의 부품들이 조립될 수 있는 위치를 찾아 조립된다.

4D프린팅이 발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 소재의 개발이다. 어떤 소재를 프린트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현재 3D프린터에서 주로 활용되는 소재는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인데, 다양한 스마트 소재가 개발된다면 자연스럽게 4D프린팅 기술이 보급될 수 있다. 현재는 주로 물이나, 온도 변화, 빛에 반응하는 소재들을 중심으로 개발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물속에서 형태를 바꾸는 스마트 소재의 경우 접히는 면에는 물을 잘 흡수하는 소재를 쓰고, 다른 면에는 물을 잘 흡수 못하는 소재를 사용하면 형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금속 소재로는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하면 된다. MIT에서는 형상기억합금을 3D 프린터로 출력해서 저절로 접히고 움직이는 작은 로봇의 개발에 성공했다.

4D 프린팅 기술은 미래의 의학기술에서도 다양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생분해성 소재를 이용해서 3D 프린팅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분해가 되며, 세포들이 자라서 들어갈 수 있는 임플란트 치료는 실제 임상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것도 넒은 의미에서는 원래의 3D 프린팅한 물체의 변형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4D 프린팅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몸속에서 스스로 조립이 되고,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건축이나 디자인 분야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MIT의 스카일러 티비츠 교수 팀은 물의 유량에 따라 변형되는 수도 파이프를 4D프린팅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는 4D프린팅으로 만든 드레스를 미술관 소장품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4D프린팅 기술이 디자인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의미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기존의 3D프린터의 크기로는 드레스 한 벌을 통째로 프린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원피스가 접힌 모양으로 3D프린터로 출력한 뒤에 특수 오븐에 넣어 열을 가하면 펼쳐지는 스마트 소재를 이용해서 만든 드레스다.

출처: NERVOUS SYSTEM BLOG
출처: NERVOUS SYSTEM BLOG

이렇게 변화하는 3D 프린팅인 4D 프린팅 기술의 활용영역은 상상하기에 따라 매우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술의 상용화는 적용 분야에 따라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는데, 장난감이나 소품, 의류 같은 작은 규모의 제품은 기존 3D 프린터에서도 이용되는 특수 필라멘트 소재 기술로 보급될 수 있으므로 상용화에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 기술의 진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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