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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빼앗은 한국 밥맛... 현미 누룽지로 되살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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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빼앗은 한국 밥맛... 현미 누룽지로 되살려야죠”

입력
2017.09.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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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생산업체 ‘아이두비’

일제 군량미 보급하려 백미 보급

쌀눈 깎이며 고유의 단맛 사라져

“황태 넣은 누룽지 등 개발 주력

국민이 다시 쌀 찾게 만들 것”

김영미 아이두비 품질관리고문이 18일 경기 김포시 양촌읍 아이두비 본사에서 누룽지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김영미 아이두비 품질관리고문이 18일 경기 김포시 양촌읍 아이두비 본사에서 누룽지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쌀은 남아도는 골칫덩이가 아니라 명품 건강식입니다.”

햅쌀 현미로 만든 ‘누룽지’로 쌀과 멀어져 가는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이가 있다. 농민의 딸로 태어나 20년 넘게 ‘맛있게 쌀 먹는 법’을 연구해 온 김영미(59) 아이두비 품질관리고문이 그 주인공이다.

가정용 쌀 도정기를 보급하는 사업체의 대표이기도 한 김씨는 지난 5월 ‘라이스 유니버시티’라는 누룽지 브랜드를 내건 회사 ‘아이두비’ 창립에 동참하게 됐다. 라이스 유니버시티는 ‘쌀에서 배우다, 쌀로 지키다’라는 표어처럼 쌀이 인류에게 선물한 영양분, 이를 지켜온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요즘 쌀의 신세는 처량하기만 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액(6조4,572억원)은 전년 대비 16%나 급감했다. 영원할 것 같던 국내 농축산물 중 생산액 1위 자리도 어느덧 돼지(6조7,702억원)에 내주고 말았다. 갈수록 입맛이 서구화되고 일상이 바빠지면서 국민들이 점점 밥을 멀리하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밥이 탄수화물 과다 섭취의 주범이란 인식까지 퍼지고 있다. 정부가 매년 쌀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1분도 현미로 만든 누룽지.
1분도 현미로 만든 누룽지.

하지만 지난 18일 누룽지를 만드는 경기 김포시 양촌읍 공장에서 만난 김씨는 이런 현상이 쌀에 덧씌워진 ‘누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제시대 군량미를 신속하게 조달하기 위해 곳곳에 정미소가 세워진 이후 쌀눈이 깎여나간 백미가 보급되면서 쌀이 고유의 단맛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쌀눈이 붙어있는 현미로 밥을 지으면 쌀의 맛과 영양분을 모두 살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씨는 우선 누룽지로 시작해 쌀로 만든 가공식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진짜 밥맛을 일깨워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가 누룽지를 만드는 원칙은 3가지다. ▦친환경 햅쌀 ▦1분도 도정 ▦7시간 이내 밥 짓기다. 김씨는 비옥한 전북 김제평야 만경뜰에서 자란 무농약 햅쌀을 고집한다. 쌀은 직접 제작한 도정기(쌀을 찧어 벼 껍질을 벗겨내는 기계)로 찧는다. 이렇게 찧은 쌀은 쌀알 중량의 1% 내외만 감소한 ‘1분도미’가 된다. 쌀눈과 쌀겨가 거의 벗겨져 나간 백미(10분도미)보다 훨씬 많은 영양분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쌀눈이 공기와 만나면 산화되기 때문에 반드시 7시간 안에 밥을 짓는다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지은 밥은 식감도 좋은데다가 맨 입에 먹어도 구수한 풍미를 낸다.

김제 만경뜰에서 거둔 친환경 쌀로 지은 밥. 쌀눈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김제 만경뜰에서 거둔 친환경 쌀로 지은 밥. 쌀눈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김씨가 단순히 밥을 넘어 누룽지, 숭늉 등 가공식품에 집중하는 이유는 쌀 소비를 늘리겠다는 대의 때문이다. 그는 “빵, 과자 등 밀로 된 간식을 쌀로만 바꿔도 쌀 소비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누룽지, 숭늉은 밥의 부산물이 아니라 예전부터 조상들이 즐겨먹던 간식”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최근 강원 진부령에서 말린 황태를 넣은 누룽지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의 쌀 정책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쌀을 억지로 줄이기 위해 재고미를 쌓아두고 맛 없는 쌀을 공급해봐야 쌀 소비는 늘지 않는다. 국민들이 신선하고 건강한 햅쌀을 구매하고 맛볼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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