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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속영장 청구된 이명박 전 대통령 법원 심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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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속영장 청구된 이명박 전 대통령 법원 심판만 남았다

입력
2018.03.19 18:4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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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9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4일 소환 조사 이후 닷새 만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조사 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고심 끝에 이날 영장 청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 영장 청구는 안타깝지만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다.

당초 검찰은 영장청구와 불구속 기소 등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을 해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미 구속된 상황에서 1년도 안 돼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정치보복 수사’라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는 점도 신중함을 더하게 한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파장에 대한 고려는 법리적 측면의 불가피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검찰은 영장 청구 배경으로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측근들과의 형평성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수수와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 20여 개에 달한다. 110억 원대 뇌물 혐의에 다스 비자금 350억 원대 횡령, 수십 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는 박 전 대통령보다 죄질이 나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통상 법원은 혐의가 인정되는데도 피의자가 부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을 뿐 아니라 명백한 증거자료를 “조작됐다”고 하고, 측근들의 자백은 “처벌을 경감 받기 위한 허위진술”이라고 둘러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 셈이다. 이미 구속된 측근들과의 형평성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됐다.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은 범행의 최종적 지시자이자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는 검찰 관계자의 설명은 ‘반성하지 않는 주범’에게 은전을 베풀 수 없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한 만한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구속영장을 심사하는 법원은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해야 한다. 적폐는 뿌리뽑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재발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 최고지도자를 지낸 사람으로서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이미 저버렸다. 다수 국민 정서도 엄한 처벌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정농단과 국고 농단에 국민을 기만한 전직 대통령에게는 결국 법의 엄중한 심판만이 남게 됐다. 안타깝지만 역사를 바로 세우려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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