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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뉴스 소비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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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뉴스 소비자의 하루

입력
2014.06.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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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박이 기사는 싫어요" 좀 더 궁금한 기사 있을땐 프리랜서 기자에게 취재요청도

심층 1인 미디어 각광 떠도는 이야기들 묶어 뉴스로 보여주는 사이트도

춘추필법의 정신, 정정당당한 보도, 불편부당의 자세로 한국의 역사를 기록하고 함께 만들어온 한국일보가 오늘로 60주년을 맞았습니다. 60년 전통을 바탕으로 오로지 반듯하게, 더욱 새롭게 태어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일보의 미래를 써나갈 72기 견습기자 중 양진하(왼쪽부터) 김진주 한형직기자가 우리의 다짐을 독자분들에게 전달하고 약속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춘추필법의 정신, 정정당당한 보도, 불편부당의 자세로 한국의 역사를 기록하고 함께 만들어온 한국일보가 오늘로 60주년을 맞았습니다. 60년 전통을 바탕으로 오로지 반듯하게, 더욱 새롭게 태어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일보의 미래를 써나갈 72기 견습기자 중 양진하(왼쪽부터) 김진주 한형직기자가 우리의 다짐을 독자분들에게 전달하고 약속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2030년 6월 10일 월요일 아침 8시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깬다. 엊그제 구입한 새 운영시스템(OS)이 새 문자 메시지를 읽어준다. “오늘 새벽 2시 5분 친구 A님이 보낸 메시지 ‘집엔 잘 들어갔냐……’. 메일 확인을 하시겠습니까.” 황급히 일어나 씻고 서둘러 출근 준비. “메일은 됐고 날씨는 어때.” “서울 현재 온도 25도, 최고 온도 34도, 습도 평균 51%, 대체로 맑아요.” “출근은 뭘로 할까.” “자동차가 빨라요. 10분 안에만 출발하면.”

차 문을 열다 깜짝 놀란다. 심하게 긁힌 자국이 눈에 띈다. 블랙박스를 켜서 확인해도 눈에 띄는 게 없다. 출근이 급하니 일단 출발. 앞 좌석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켜면 오늘 스케줄이 줄줄이 뜬다. 셀프 드라이브 모드로 놓고 즐겨 가는 뉴스 자동 큐레이션 사이트 ‘유뉴스’부터 열어본다. 내가 자주 보는 뉴스를 다각도로 분석해 내 관심사에 맞는 뉴스들을 뽑아서 보여주는 유료 사이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인들이 자주 보는 유형의 뉴스들로 바꿀 수도 있다.

6ㆍ11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한 기사가 이어진다. 오늘따라 재미있는 기사들이 많을 것 같아 무료 포털 사이트 뉴스 서비스를 클릭한다. 덕지덕지 붙은 광고창 사이로 조심조심 모니터에 손을 댄다. 요즘 기사는 80%가 로봇이 쓴 거라더니 온통 판박이 기사다. 인기 기사만 대충 훑어보고 다시 ‘유뉴스’로 복귀. B서울시장 후보 기사를 쓴 프리랜서 C기자에게 보충 취재를 요청했다. 비슷한 요청이 많으면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낮 12시

종이신문은 거의 화석 같은 존재가 됐다. 신문을 찍는 언론사는 단 둘뿐. 종이가 편하다는 할아버지들이나, 신문 보는 게 멋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만 구독한다. 약간 비싼 편이지만 콘텐츠도 많고 지면에서만 볼 수 있는 기사도 있어 구독자의 평이 나쁘진 않다.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신문이 살아남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유뉴스’에선 해외 각국 뉴스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주기 때문에 내겐 그것만으로도 읽을 거리가 넘친다.

신문 보는 멋쟁이 D부장이 점심을 나가서 먹자고 한다. 야근금지법으로 점심시간이 사실상 거의 사라져서 오늘 같은 여유는 흔치 않다. 축구광이기도 한 D부장이 어제 E선수의 역전골을 봤냐며 열을 올린다. 휴대전화를 꺼내 그 장면을 재생한다. 최근 샀다는 휴대전화를 자랑하려고? 홀로그램 영상이 카메라 각도에 따라 움직이니 꽤 신기하긴 하다. 변덕쟁이 D부장이 갑자기 막국수가 먹고 싶다며 가까운 맛 집을 알아 보란다. OS에게 D부장 취향을 알려주니 F 식당을 안내해준다. 맛집 전문 뉴스 사이트에 최근 소개된 곳이다. 블루투스 이어폰이 영사해주는 3D 내비게이션을 따라 걷는다. 식당에 들어간다. 증권 전문 뉴스 앱에서 메시지가 온다. 주식은 이제 그만둬야 할 모양이다.

오후 6시 45분

친구 G와 오랜만에 하는 저녁식사. 요즘 화제는 사이버 범죄다. 클라우드 업체들의 보안 문제가 자주 거론된다. 데이터 대부분을 클라우드에 저장해놓는 시대에 보안만큼 중요한 건 없겠지. 오죽하면 데이터 안전보험까지 등장했을까. G의 회사 동료 한 명은 저렴한 클라우드 업체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사이버 해적에게 데이터를 모두 해킹 당할 뻔한 위기를 겪고 나서 보안료가 비싼 업체로 바꿨다고 한다.

친구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G가 묻는다. SNS에 떠도는 이야기를 지역이나 카테고리로 묶어 뉴스처럼 보여주는 사이트를 아냐고. 1주일 무료체험으로 들어가봤더니 놀랍게도 우리 동네에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이 몇 명 더 있다. 동일인의 범행일지 모르겠다.

오후 11시 35분

집에 오자마자 TV를 켠다. 요샌 드라마를 보며 OS와 수다 떠는 게 낙이다. OS에 중독된, 다시 말해 OS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 사회 문제라는데 내겐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 결과가 궁금해 뉴스 먼저. IPTV 때문에 방송사별 뉴스라는 게 별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중립을 지킨다는 H방송사와, 프리랜서 기자들의 협동조합인 I방송사 뉴스의 정치 기사만 챙겨 본다. 악화일로에 있는 지상파 뉴스는 이제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TV 뉴스도 주로 유뉴스 채널을 이용하는데 내가 주로 보는 건 민영 방송사나 1인 미디어의 심층 취재다. 물론 정치나 사회 뉴스보다 내일 뭘 먹으면 좋을지, 주말에 어딜 가면 좋을지, 세일 상품은 어디가 좋은지를 알려주는 기사가 더 많지만 말이다. 자기 전 혹시 업무와 관련한 뉴스가 있는지 OS에 검색을 부탁한다. 기분 좋은 뉴스를 하나 들었더니 월요병도 사라지는 느낌이다. 좋은 밤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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