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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삭 기자

등록 : 2017.09.11 18:00
수정 : 2017.09.12 02:31

[아세안 50년, 변방에서 중심으로] “한국, 경제이익만 치중 말고 친구라는 신뢰감 심어야”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등록 : 2017.09.11 18:00
수정 : 2017.09.12 02:31

“中ㆍ日의 물량 공세 이길 수 없어 경쟁 아닌 차별화 전략 필요

외교부 국장이 아세안 결정권자… 장ㆍ차관으로 격 높일 필요성도“

김현종(왼쪽 일곱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0일 필리핀 마닐라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20회 아세안+3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다른 나라 대표들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내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을 향한 관심 필요성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기회’이다.

무한한 시장 개척 가능성, 중립노선을 표방한 전략적 가치 등 아세안을 위기에 처한 한국 외교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과거에도 한국이 아세안과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할 기회는 있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정부는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으로 불리는 국제협의체를 출범시킨 뒤 동남아 지역협력을 외교정책의 한 축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이후 15년 동안 정부가 세 차례 바뀌면서 정책 의지가 완전히 실종됐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동북아 허브’, 이명박 정부는 아시아 전체 국가들과 양자관계 개선에 중점을 둔 ‘신아시아 외교’, 박근혜 정부는 다시 동북아 중심 외교로 회귀했다. 아세안 전문가인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현재 대 아세안 외교는 장ㆍ차관도 아닌 외교부 담당 국장이 최고 정책결정권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치적 무게가 실리지 않다 보니 아세안 국가들도 한국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후발주자로서 한국의 아세안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외교의 격을 높이되, 전략적 선택, 즉 차별화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각자의 헤게모니(주도권)를 쥐기 위한 목적으로 아세안에 접근하고 있다. 이들과 국력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한국이 힘의 맞대결을 추구할 경우 실패로 귀결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아세안 지역이 미중, 혹은 중일 간 패권 경쟁의 무대가 되면서 역내 국가들도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적 반대 급부에 치중하지 말고 ‘한국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당신의 친구’라는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는 선순환의 협력 관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과 일본을 과도하게 경쟁상대로 의식하는 것도 필패(必敗)의 지름길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은 각각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공적개발원조(ODA)로 대표되는 중국과 일본의 물량 공세를 감당할 수 없다”고 전제한 후 “이보다는 그간 한중일의 협력 부재로 발생한 중복투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재원이나 노하우를 분배하는 방안을 한국이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고조되는 북핵 위기 국면에서도 아세안의 활용 가치는 충분하다. 아세안은 북한 6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처음으로 내고, 의장국인 필리핀은 교역 중단을 선언하는 등 어느 때보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강경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그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유례 없는 고강도 압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아세안에까지 제재 동참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남북 동시 수교국이 많은 동남아 국가들의 특성을 감안해 대화 의지를 갖고 북한에 건설적 충고를 하게끔 양 갈래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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