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20분쯤 전담미용사 불러
“헝클어진듯 보이게” 연출 의혹
靑 “손질 시간 불과 20여분” 해명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중대본)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로 전담 미용사를 불러 머리 손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는 “머리 손질 시간은 20여분에 불과했다”고 해명했으나 일부러 헝클어진 듯한 머리를 연출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미용실 원장 A씨는 6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참사가 일어난) 비상상태여서 일부러 그런 옷(민방위복)에 맞춰 (부스스하게 머리를 손질)했다”고 밝혔다. 평소처럼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에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한 뒤 오전 10시 30분쯤 청담동 미용실로 돌아왔다가 오후에 다시 연락을 받고 청와대로 들어가 일부러 헝클어진 머리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일 오후 3시에 중대본을 방문하겠다고 지시했으나, 불과 5분 거리인 정부서울청사 중대본에 나타난 시간은 오후 5시15분이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위해 미용사 2명을 총무비서관실 소속으로 계약직으로 채용해 2013년부터 거의 매일 출입하고 있으며, 참사 당일 오후 3시 20분쯤부터 약 1시간 가량 해당 미용사가 청와대에 머문 출입기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20여분”이라며 90분간 머리 손질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중대본 방문 지시 후 경호실이 출동 준비를 하는 동안 서면 보고를 받으며 머리 손질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수백명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시간에도 머리 손질을 하며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 5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한 증언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는 “(참사 당일) 의무실에 근무하는 간호장교 외에 대통령 관저에 외부인의 출입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2005년부터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미용실 관계자는 “A씨가 미용실에 없다. 박 대통령은 한번도 못 봤다”고 밝혔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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