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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세월호 참사 당일 朴대통령 어디 있는지 나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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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세월호 참사 당일 朴대통령 어디 있는지 나도 몰랐다”

입력
2016.12.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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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ㆍ집무실에 보고서 따로 보내

朴에 전달됐는지 확인도 안 해

金, 참사 실상 파악 못한 채 보고

대통령 중대본 방문 제안도 늑장

300여명 갇힌 상태 보고 받고도

정무수석실 보고서 내용 그대로

“370명 구조” 사실상 허위 보고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김장수(현 주중 대사)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방을 모른 채 17차례 서면보고를 이어갔다. 김대사는 참사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무수석실의 서면보고 내용을 베껴 보고했다가 재확인 질책도 받았다. 이후 사건이 발생한 지 6시간 만에 김 대사는 박 대통령에게 중앙재해대책본부 방문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곧장 중대본에 보고 준비를 지시했으나, 자신은 2시간15분 뒤에나 중대본 현장에 나타났다. 청와대와 중대본 사이는 차로 10분 거리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제3차 청문회에서 김 대사가 증언한 컨트롤타워 청와대의 ‘세월호 7시간’은 혼란 그 자체였다.

먼저 김 대사는 국가안보실의 참사 관련 서면보고를 박 대통령이 직접 받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 혹은 관저에 있을 것으로 추정해, 2개의 서면보고서를 집무실의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관저의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게 보좌관을 통해 전달했다. 보좌관은 김 대사에게 "'집무실엔 (대통령이) 안 계신 것 같다, 관저의 안 비서관에게는 (보고서를) 줬다"고 보고했지만, 대통령의 행방을 확인하진 못한 상태였다. 김 대사는 당일 오전 9시24분 안보실이 첫 상황을 문자보고로 청와대에 전파했지만 박 대통령은 "해당 보고의 수신 대상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김 대사는 당일 오전 11시23분 대통령에게 유선 보고한 내용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이 혼란스러웠다”고 말해, 보고 내용이 잘못됐을 여지를 남겼다. 또 당시 대통령이 전화로 “유리창을 깨서라도 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지난달 28일 중국 대사관 정례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도 부정했다. 그는 이날 “착각한 것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을 뒤집었다.

김 대사는 당일 박 대통령과 7차례 통화했다고 증언했다. 4번은 자신이, 3번은 박 대통령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김 대사는 휴대전화 직통라인으로 박 대통령에게 전화해 박 대통령의 거처는 끝내 알지 못했다고 했다. 김 대사는 "관저에 대통령이 근무할 수 있는 집무실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보지는 못했다"고도 말했다.

김 대사는 당일 오전 11시23분 해경으로부터 학생들 300여명이 선실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오후 1시13분 "190명을 추가 구조해 현재까지 모두 370명을 구조했다"고 유선으로 사실상 허위 보고를 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오전 11시4분 안보실이 해경에 확인해 추가 구조가 어려운 상황임을 확인했음에도 왜 370명을 구조했다고 보고를 했느냐"고 묻자 김 대사는 "오후 1시7분에 정무수석실이 '370명 구조, 2명 사망'을 대통령에게 서면보고 했다"고 답했다. 안보실이 진상을 파악했지만 막상 보고는 정무수석실의 것을 참고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오후 2시57분 다시 확인하라고 질책하고 지시했다"면서 "상황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계속 중복되고, 위기와 희망이 겹쳤던 상황"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답변을 이어갔다. 김 대사는 그때가 돼서야 중대본 방문을 박 대통령에게 권유하게 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오후 3시 중대본에 보고를 준비하라며 방문 의사를 알렸지만 중대본에 도착한 시간은 5시15분이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광화문 (중대본)은 청와대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곳인데 여기(시간 차)에서 '머리 손질'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머리 손질 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 싫다"고 답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안보실장도 꽃 같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왜 대통령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하자, 회의를 하자 직언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김 대사는 “당시 상황파악을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세월호 유가족에게 항상 죄 지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사과한 뒤 고개를 숙였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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