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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8년 만에 이뤄진 미국ㆍ쿠바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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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8년 만에 이뤄진 미국ㆍ쿠바 정상회담

입력
2016.03.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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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졌다.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쿠바 방문 이후 무려 88년 만이다. 서반구의 유일한 공산국가로 남아있는 쿠바와 미국의 정상회담은 55년 간 계속된 냉전을 청산하고 양국이 새로운 실용주의적 관계로 진입하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 자리다. 미국은 1959년 쿠바혁명으로 미국이 지원하던 바티스타 정권이 전복되자 2년 뒤인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 쿠바와의 국교를 단절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이견을 기탄없이 공개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하라, 그러면 오늘 밤 안으로 석방하겠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완전한 관계정상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인권개선 요구에 대한 반박이다. 오바마 대통령 방문 직전에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인권단체 회원들도 체포했다. 또 미국이 영구임대하고 있는 관타나모 해군기지의 반환과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 등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응수했다.

인권과 안보에서 두 정상이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 받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쿠바가 개혁ㆍ개방 정책을 가속화하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혁명 과정에서는 구 소련, 공산권 붕괴 이후에는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지원에 의존했던 쿠바는 유가 폭락으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추락하면서 이제는 자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카스트로 의장이 2008년 친형이자 혁명동지인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권력을 물려받은 뒤 자본주의 체제를 실험하는 등 과감한 경제개혁에 나선 배경이다. 쿠바는 2014년 12월 미국과의 전격적인 국교정상화 이후 항공 호텔 등 미국과의 민간 접촉면을 넓혀왔고, 이런 물적 교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40여명의 상ㆍ하원 의원과 10여명의 기업인을 대동한 오바마 대통령은 관광 보건 과학 농업 등에서 쿠바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란과는 핵협상을 타결하고 쿠바와는 관계정상화를 실현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초 적대국과의 외교를 약속하며 거론했던 국가는 북한만 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쿠바 정권 전복은 더 이상 미국의 옵션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제 북한에도 미국이 적국이 아닌 공존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제재만으로 일관하는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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