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주축 ‘보수의 미래 포럼’ 창립
6월 지방선거 후 주도권 경쟁 관측
자유한국당 중진의원들이 존재감 부각에 시동을 걸었다. 좀처럼 민심을 얻지 못하는 보수의 혁신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홍준표 대표 체제 견제를 통해 6ㆍ13 지방선거와 재보선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주도권 경쟁을 대비한 몸풀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중진들이 만든 모임 ‘보수의 미래포럼’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립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선 나경원ㆍ유기준 의원을 공동대표로, 원유철ㆍ정우택 의원을 고문으로 각각 선출했다. 포럼의 주축인 의원들이 홍 대표와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예상대로 홍 대표를 겨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 중 다수는 앞서 성명서를 통해 홍준표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유기준 의원은 이 자리에서 “품위 있는 보수, 건전한 보수로 거듭나는 게 시급하다”며 “그럼에도 한국당은 의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지 못하고 정당 내 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가 잘못됐다’, ‘언론이 돌아섰다’고 하는데 물론 그 부분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의 반성이 먼저”라며 “현재 당이 너무 소수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정우택 의원도 “품격의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말이 거론되고 있어 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의 외연을 넓히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포럼 창립식이 사실상 홍 대표의 체제에 대한 성토장이 된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이 사실상 6월 지방선거ㆍ재보선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 나왔다. 한국당의 선거 결과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홍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을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의 외연확대는 물론 자신들의 입지조차 줄어든 중진 입장에서는 당연히 포스트 홍준표 체제를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북핵폐기추진위원장을 맡아 이날 첫 회의를 개최하며 활동을 재개한 김무성 전 대표의 행보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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