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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W’ 이종석과 진종오의 평행이론

입력
2016.08.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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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W' 속 사격 국가 대표인 강철(왼쪽·이종석)과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사격 국가 대표 진종오(오른쪽). 두 사람은 권총 50m 결선에 진출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공통점이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한국일보 자료사진/2016-08-12(한국일보)
MBC 수목드라마 'W' 속 사격 국가 대표인 강철(왼쪽·이종석)과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사격 국가 대표 진종오(오른쪽). 두 사람은 권총 50m 결선에 진출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공통점이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한국일보 자료사진/2016-08-12(한국일보)

진종오 선수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소름 돋는 막판 뒤집기로 세계 사격 역사를 새로 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50m 권총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어 세계 사격 최초로 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총잡이’는 또 있습니다. MBC 수목드라마 ‘W’ 속 주인공 강철(이종석)입니다. 강철은 극중 사격 국가대표 선수로 나옵니다. 진 선수와 강철은 닮은 면도 있습니다. 강철은 진 선수와 같은 종목(50m 권총)에서 우승을 합니다. 더 나아가, 강철도 올림픽 결선에서 마지막 남은 한 발로 외국 선수를 꺾고 역전승(1회ㆍ7월20일 방송)을 거둬 금메달을 목에 걸죠. 진 선수도 지난 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결선 9번째 격발에서 6.6점을 기록해 탈락 위기까지 갔지만, 이내 고득점을 연속으로 기록하며 1위를 탈환해 짜릿함을 준 바 있습니다. 강철과 진 선수 모두 ‘역전의 용사’인 셈입니다. ‘W’의 송재정 작가가 진 선수의 드라마틱한 우승을 예감했던 걸까요?

'W'에서 올림픽 사격 권총 50m 종목 우승을 차지한 강철(위)과 '2016 리우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우승한 진종오 선수(아래). MBC 방송화면 캡처
'W'에서 올림픽 사격 권총 50m 종목 우승을 차지한 강철(위)과 '2016 리우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우승한 진종오 선수(아래). MBC 방송화면 캡처

그간 사격 선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국내 드라마는 드물었습니다. 총이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낯선 소재인데다, 종목 자체가 야구나 축구처럼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운동도 아니라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죠. ‘W’는 주인공이 만화란 가상 세계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만화 속 주인공인 강철과 그를 그린 만화가 오성무(김의성)의 갈등, 즉 피조물과 창조자와의 대결을 이야기의 줄기로 삼고 있습니다.

본격 사격 드라마도 아닌 ‘W’에서 남자주인공을 사격선수로 설정해 놓은 이유는 무엇 일까요. 드라마 집필에 한창인 송재정 작가와 최근 어렵게 연락이 닿아 물어보니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피조물이 창조주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총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미국 만화 속 영웅 캐릭터처럼 총을 자유롭게 쓰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는데, 한국은 총기 소지가 불법이니 총을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다룰 수 있는 직종을 찾다 사격선수를 떠올렸다는 겁니다. 총을 다룰 수 있는 군인도 생각했다가 새로움을 위해 사격선수로 강철 캐릭터를 최종적으로 정했답니다.

송 작가는 ‘W’ 속 강철이 정신적으로 ‘강한 남자’이길 바랐습니다. 드라마에서 오성무는 자신이 그린 강철이 살아나 자신에게 위협이 되자 그를 죽이려 하죠. 오성무는 만화 속에서 강철의 가족을 모두 죽이고 강철을 범죄자로 만들며, 숱한 사고로 강철을 죽음의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강철은 작가에 맞서 ‘자유 의지’를 갖고 살아 남아 운명을 바꾸죠. 송 작가는 “아무리 강한 남자라 해도 지나치게 근육질에 액션 연기를 잘 하는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흥미를 못 느껴 집중력이 강해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사격선수를 강철의 직업으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송 작가와 PD는 만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드라마를 기획하며 ‘미생’, ‘이끼’, ‘내부자들’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윤태호에 자문을 요청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윤태호는 평소 송 작가의 팬이었다고 합니다. 윤태호는 MBC를 통해 “나도 작품을 그릴 때 간혹 주인공이 감당이 안 될 만큼 뻗어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땐 작품 속에서라도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며 드라마 속 창조자와 피조물의 갈등에 공감을 전했습니다.

송 작가의 작품엔 ‘차원 이동’을 다룬 드라마가 많습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2012)와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나인’ㆍ2013)에서 주인공들은 과거와 현재란 시간 사이를 오갔고, ‘W’에선 주인공들이 만화와 현실이란 서로 다른 공간을 오갑니다.

차원 이동할 때마다 특이한 매개체가 있었다는 것이 주목할 점입니다. ‘인현왕후의 남자’에선 부적이, ‘나인’에선 향이 시간 사이를 오갈 때 필요한 매개체였습니다. 이와 달리 ‘W’에선 창조주와 피조물만 공간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오성무가 아닌 그의 딸인 오연주(한효주)가 만화 속으로 들어가 강철과 사랑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습니다. 오연주가 어려서 장난으로 그린 만화 캐릭터를 바탕으로 그의 아버지가 만화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오연주는 극중 강철이 만화 밖으로 뻗은 손에 이끌려 가상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이 모티프에 대해 송 작가는 “(노르웨이 팝 밴드)아하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1985년 발표돼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는 만화 속 남자 주인공과 그를 바라보는 현실 속 여자와의 사랑을 그렸고, 현실 속 여자는 만화 속 남자 주인공이 책 밖으로 뻗은 손에 이끌려 만화 속으로 들어갑니다. 송 작가는 “중학생 때 아하의 ‘빠순이’었다”며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가 워낙 뇌리에 박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노르웨이 팝 밴드 아하 히트곡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 한 장면.
노르웨이 팝 밴드 아하 히트곡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 한 장면.

‘W’는 만화 속 주인공이 ‘자유 의지’를 갖고 창조주의 의지와 상관 없이 살아남습니다. 이를 통해 우린 누군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안에서 키워지고 있는 것 아닌 지, 스스로 삶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게 맞는 지 같은 철학적 화두를 던지죠. 이를 두고 송 작가는 “SF 영화인 ‘블레이드 러너’를 좋아했고, 존재의 근원을 찾는 걸 늘 작품의 화두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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