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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나 "45세 때 앞머리 벗겨지는 남성 대장암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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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나 "45세 때 앞머리 벗겨지는 남성 대장암 주의"

입력
2016.01.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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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나 씨는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여건이 되는대로 조만간 한국에 돌아와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며 “앞으로 한국 내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나라 사람의 고유한 특성과 질병 위험을 밝히고 그에 맞는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금나나 씨는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여건이 되는대로 조만간 한국에 돌아와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며 “앞으로 한국 내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나라 사람의 고유한 특성과 질병 위험을 밝히고 그에 맞는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미스코리아(2002년 진) 출신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사(영양학 및 역학)인 금나나(33) 씨가 최근 대장암 관련 역학연구 논문 2편을 SCI급 국제학술지에 잇따라 게재했다. 금씨는 특히 45세 시점의 남성 대머리 패턴과 대장암 위험의 상관관계를 다룬 논문에서 남성의 특정 대머리 유형이 대장암 위험인자임을 세계 처음으로 밝혔다.

금씨는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TV시청 등 오래 앉는 라이프스타일 및 남성 대머리 패턴과 대장암 발생의 관련성을 추적한 역학 논문을 지난해 12월 말과 이달 초 국제 암 저널에 각각 발표했다”고 밝혔다.

논문 제목은 각각 ‘남성 대머리 패턴과 대장 용종 및 암의 위험(Male pattern baldness and risk of colorectal neoplasia)’, ‘오래 앉는 라이프스타일 및 저강도 운동과 대장암의 관련성(Sedentary behaviors and light-intensity activities in relation to colorectal caner risk)’이다. 이들 논문은 영국암저널(BJC, British Journal of Caner)과 국제암저널(IJC, 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 각각 실렸다. BJC와 LJC는 모두 논문 피인용지수(임팩트 팩터)가 5 안팎에 이르는 권위의 국제 저널이다. 금씨는 논문 두 편 모두에 제1저자 및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리며 연구를 사실상 주도했다.

금씨는 2008년 6월 미국 하버드대학교 생화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뒤 하버드보건대학원에 진학해 지난해 5월 영양학과 역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박사후연구원(post-doc) 과정을 밟고 있다.

대장암은 한국인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보고서인 글로보캔(GLOBOCAN)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 당 대장암 유병률이 45명으로 세계 1위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장암 환자는 2013년 기준 2만 7,618명(남성 1만 6,593, 여성 1만 1,025명)이다.

금나나 씨의 BJC 논문 커버.
금나나 씨의 BJC 논문 커버.

남성 탈모와 대장암 상관관계 밝힌 첫 논문

금씨의 BJC 논문은 다소 엉뚱하면서 흥미로운 주제다. 45세 시점의 남성 대머리 패턴과 대장 용종 및 암의 상관관계를 파고든 최초의 연구다.

금씨는 연구에서 미국 내 대규모 역학연구인 ‘의료종사자 추적연구(HPFS, 1992~2010)’에 참여한 6만 2,552명(대장암 3만 2,782명, 용종 2만 9,770명)의 데이터를 추적했다. 또 남성 대머리 유형을 45세 시점의 탈모 부위에 따라 앞머리 대머리, 앞머리 및 정수리 대머리, 앞머리 및 경도의 정수리 대머리, 앞머리 및 중등도의 정수리 대머리, 앞머리 및 고도 정수리 대머리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결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앞머리만 빠진 대머리는 정상인에 비해 대장암 발생이 1.29배, 앞머리 및 경도의 정수리 대머리는 1.31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종성 용종은 앞머리만 빠진 대머리가 정상인에 비해 1.16배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종성 용종은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야 하는 용종이다.

논문은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인슐린,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안드로젠이 많이 분비돼 대장 신생물 생성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추정했다.

남성의 앞머리 및 정수리 탈모가 공격적인 전립선암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은 기존 연구에서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남성 탈모 유형(45세 시점)이 대장암 발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힌 것은 금씨가 처음이다. 금씨는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45세 때 앞머리가 벗겨지거나 정수리 부위에 탈모증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남성이라면 대장암 위험이 높다는 단서일 수 있으므로 내시경 검사 등 예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시시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금씨는 “이번 연구는 남성 탈모와 대장암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나나 씨의 IJC 논문 커버
금나나 씨의 IJC 논문 커버

오래 앉은 라이프스타일이 여성 대장암 위험 높여

금씨는 IJC 논문을 통해서는 TV를 시청하면서 오래 앉아 있는 등의 라이프스타일이 여성에서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금씨는 연구에서 HPFS와 미국 내 또다른 대규모 역학연구인 ‘간호사 건강연구(NHS, 1992~2010)’에 참여한 여성 6만 9,715명과 남성 3만 6,806명의 데이터를 추적했다. 참가자들을 주당 TV시청 시간에 따라 7시간 간격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눴고, 직장 및 출퇴근 등 저강도 활동에 따른 운동량을 함께 분석했다.

이 결과 TV를 시청하면서 앉아 있는 시간이 주당 21시간 이상이면서 운동량이 적은 여성은 TV 시청이 주당 14시간 이하이면서 운동량이 보다 많은 그룹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최고 41%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단 높아진 대장암 위험률은 운동량을 늘린다고 해서 완전히 상쇄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습관이 대장암 위험을 높임은 기존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 TV를 시청하면서 장시간 앉아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연구는 단지 2개에 불과해 확증이 필요했고, 더구나 서있는 시간 등 저강도 운동과 대장암 위험 간의 관련성을 밝힌 논문은 전무했다.

금씨는 인터뷰에서 “TV시청 시간 자체가 대장암을 일으키기 보다는 오래 앉는 라이프스타일 중 TV를 시청하느라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전반적으로 오랜 시간 앉는 라이프스타일(sedentary lifestyle)을 가진 사람을 가장 잘 분별하고 또 이런 오래 앉는 라이프스타일이 결국 대장암 위험도를 높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금씨의 이번 논문은 대장암 위협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평소 운동량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장시간 앉아있는 생활습관, 특히 TV를 보면서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송강섭 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미스코리아 출신 하버드대 박사(영양학 및 역학)인 금나나 씨는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몇몇 논문을 봤더니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비타민 D 흡수율이 낮더라”며 “영양 불균형이 심한 현대인에게 비타민제 복용은 건강보험과도 같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미스코리아 출신 하버드대 박사(영양학 및 역학)인 금나나 씨는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몇몇 논문을 봤더니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비타민 D 흡수율이 낮더라”며 “영양 불균형이 심한 현대인에게 비타민제 복용은 건강보험과도 같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금나나 “우리나라 사람 유전적으로 비타민D 흡수율 낮아”

"여건되는대로 한국 돌아와 연구 지속하고 싶어"

금나나 씨는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평소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불필요한 것을 안 먹는 게 더 이로울 수 있다”고 답했다.

금씨는 “사람들은 질병 위험이나 건강을 말할 때 ‘뭘 좀 더 챙겨 먹어야지!’라면서 조바심을 갖는다”면서 “부족한 것을 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과잉섭취가 더 문제가 되는 시대”라고 했다.

그동안 각종 연구 결과 질병 예방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만 방지와 신체 활동 늘리기라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금씨는 “건강에 특별한 비법은 없다. 얼마만큼 실천하느냐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신 국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는 대장암 발생률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금씨는 “우리나라 사람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최근 20~30년 새 많이 변했다”고 배경을 말하면서, 육식의 증가, 비만도 상승, 운동량 감소, 식습관의 서구화를 한국인에서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주요 인자로 손꼽았다.

금씨는 그러면서 비타민 D 섭취를 권했다. 그는 “비타민이나 미네랄 섭취의 질병 예방 효과를 알아내기 위한 노력이 최근 활발하다”고 연구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그 중에서도 집중 조명 받는 게 비타민 D와 칼슘”이라고 했다. 금씨는 “몇몇 논문을 봤더니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비타민 D 흡수율이 낮더라”라면서 “미용을 위해 자외선차단제를 많이 바르는 것은 비타민 D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막는 것”이라 했다. 그는 “예전 혈액검사에서 비타민 D 수치가 떨어져 있길래 매일 1,000ICU씩 6개월 정도 먹었더니 수치가 정상으로 올라갔다”며 “영양 불균형이 심한 현대인들에게 비타민제를 챙겨 먹는 것은 건강보험에 드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금씨는 이어 “문제는 사람들이 비타민제 챙겨 먹기 시작하는 게 몸이 나빠졌을 때”라며 “20대 때부터 꾸준히 먹어야 50~60대가 돼 진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금씨는 비만과 관련해선 “비만도(BMI)가 18.5~24.9로 정상범위이더라도 한국인 등 동양인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의 위험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지방은 전체 양도 중요하지만 분포 부위도 중요한 요소인데 지방이 복부, 그 중에서도 내장지방이 많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금씨는 “서양인 대상의 연구결과가 한국인에게도 반드시 적용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앞으로 한국 내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나라 사람의 고유한 특성과 질병 위험을 밝히고 그에 맞는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했다.

금씨는 여건이 되는대로 귀국해 한국에서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교수 이외의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금씨는 이어 “꼭 하고 싶은 강의가 하나 있는데, 대학 1년생을 위한 영양강좌 같은 것”이라며 “대입시의 관문의 갓 넘은 이 시기는 평생을 좌우할 새로운 생활습관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송강섭 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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