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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중환자실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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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중환자실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6.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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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한 인기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불편한 진실’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그 코너를 시청할 때마다 의료계에 대해 일반인이 잘 모르는 불편한 진실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그다지 안전한 곳이 아니다’라는 게 내가 생각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 계기는 지난 5월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환자실 진료 적정성 평가다. 2014년 시행된 이 평가에 따르면 평가대상이 됐던 263개 의료기관 중 1등급을 받은 기관은 12개(추후 1개 추가 포함) 밖에 안됐다. 우리 의료전달 체계의 정점에 있는 상급종합병원 43개 기관 중에서도 10개만 1등급으로 평가되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심평원 평가의 1등급 기준이 선진국 중환자실의 기본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것이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있고, 예비능력이 없어 상태변화를 조기 발견해 적시에 올바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환자다. 감기만 걸려도 전문의를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 환자 성향을 봤을 때 과연 국민이 이런 중환자실 진료 수준을 원할까? 답은 당연히 ‘아니다’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 중환자실 수준이 겨우 이 정도에 머물게 되었을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많은 의료계 문제의 근원인 낮은 수가다. 중환자실 관련 수가가 낮으니 병원 경영 입장에서는 중환자실에 많은 인력과 시설, 장비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또한 외부의 눈에 잘 노출된 응급실과 달리 중환자실은 병원 내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공간이다. 병원 입원 후 나빠지는 환자가 많아 병원 내부에서도 이를 이슈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겉으로는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만 안전에는 무심한 우리 사회 분위기도 일조했으리라.

다행이 정부도 중환자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병원 당 1명 이상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로 손실분을 보존해 주는 차원에서 중환자실 관련 수가도 2015년 9월부터 늘렸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재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1명이 50명 가까운 중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병원도 있는 게 현실이라 이것만으로 중환자 진료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이제는 정부와 병원, 학계,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불편한 진실을 더 이상 숨기려 하지 말고 실상을 국민 앞에서 솔직히 고백하고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그래야 환자가 중환자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할 때, 전문성 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환자는 안전 면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의료가 되려면 중환자실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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