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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세수 충당' 지속 땐 20년도 못 가 국가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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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세수 충당' 지속 땐 20년도 못 가 국가파산

입력
2015.02.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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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의 늪 깊어져 복지지출 증가·성장 잠재력 저하

"통합재정수지 6년 뒤부터 적자, 2034년엔 국채발행으로 감당 못해"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는 3년 뒤면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는 3년 뒤면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33년, 환갑을 넘긴 A씨는 본가와 처갓집 노부모의 실질적인 부양자다. 90세 안팎인 양가 부모 모두 살아계시고, 건강하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인 30대 중반 외아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도 A씨 몫이다.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수입보다 지출이 월등히 많은 탓에 빚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신용등급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더 이상 A씨가 내민 손을 잡아줄 곳도 없다. 노후준비는커녕 하루 하루를 버티기도 쉽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파산 선고만이 A씨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어느 한 개인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가장’ 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18년 뒤 모습이다. 이대로 가다간 20년도 안돼 국가 재정이 파탄 날 것이란 끔찍한 경고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할 사람은 급격히 늘어난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는 복지지출 증가와 성장 잠재력 저하로 이어져 나라 곳간을 점점 비게 만든다. 그리고 머지 않아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빚을 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게 ‘경고문’의 핵심 내용이다.

우리나라 재정 상황을 두고 정부가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하는 근거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대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7.0%에 불과하고 2030년에도 58%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이 비율이 100%를 넘은 국가에서 재정 위기가 발생한다는 통념에 비춰보면 정부의 진단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높은 채무비율이 재정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높은 채무비율=재정파탄(국가부도)’ 의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30년간 국가부도를 경험한 국가와 다른 국가의 국가채무비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 국가부도 사태를 경험한 국가 중 절반 이상(55%)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보다 낮았다. 심지어 이들 국가 3곳 중 1곳(35%)은 이 비율이 40%를 밑돌았다. 실제 2010년 스페인은 국가채무 비율이 62.9%에 도달한 직후 재정위기 가능성이 거론된 반면, 일본의 경우 이 비율이 20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채무 대부분을 자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덕에 재정위기에서 멀찌감치 비껴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채무비율 그 자체보다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4일 예산정책처의 ‘2014~2060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집행하는 모든 수입과 재정의 지출을 합한 통합재정수지가 6년 뒤인 2021년에 적자로 돌아선 뒤 이후 흑자 전환을 하지 못한 채 매년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34년부터는 국채 발행(나라 빚 확대)으로도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진단이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누구도 우리나라 국채를 보유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김대철 예산정책처 재정정책분석과장은 “내수기반이 크지 않는 등 경제적 토대가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세제ㆍ복지구조를 유지할 경우 수지악화, 국가채무 급증, 이에 따른 이자지출 증가 등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결국 신용도가 떨어져 국채를 발행해봤자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물론 경제 성장이 뒷받침된다면 재정 파국을 막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의 덫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불과 3년 뒤인 2018년 고령사회로 접어 든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인구 비율이 14%를 돌파한다는 얘기다. 또 2026년에는 그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출산율은 좀처럼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0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가임 기간 출산할 것으로 예측되는 평균 자녀의 수)은 1.57명이었지만 2013년엔 역대 최저치인 1.19명으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 1.30명 미만인 나라는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14년째 초저출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세대는 줄어들고 그 자리를 노년 세대가 채우게 되면 성장의 잠재력이 저하되는 건 불가피하다. 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들이 현재 3%대인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빠르면 2030년대, 늦어도 2040년에는 1%대로 떨어질 거라고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장 저하 →세금 감소 →재정 악화 →성장 악화’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결국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점은 자명하다. 자칫 해법을 마련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경우, 재정위기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유럽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 시점에서 재정 개혁을 못하면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분명하다”며 “세금과 복지 부문에서 낭비되고 있는 건 없는지 살펴보고 뜯어고칠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여론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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