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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나온 ‘아산 외암마을 건재고택’ 국비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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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나온 ‘아산 외암마을 건재고택’ 국비로 산다

입력
2015.1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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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이간의 생가

전통 마당구조에 日 정원기법 차용

유네스코 유산 잠정목록에도 올라

후손들이 생활 어렵자 소유권 이전

고택 확보한 前 미래저축은행 회장

술판 벌이다 문화재 사유화 논란도

현재 예보 소유… 36억에 매입 추진

조선 숙종 때 문신 이간(1677∼1727)의 생가이자 국가중요민속자료 233호인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의 건재고택 모습. 문화재청은 8일 문화재 긴급 매입비 36억원을 투입해 건재고택 경매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산시 제공
조선 숙종 때 문신 이간(1677∼1727)의 생가이자 국가중요민속자료 233호인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의 건재고택 모습. 문화재청은 8일 문화재 긴급 매입비 36억원을 투입해 건재고택 경매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산시 제공

조선시대 대표적인 사대부 가옥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올라있는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 건재고택을 국가가 매입키로 했다. 후손들의 경제적 궁핍으로 소유권이 바뀌면서 관리부실을 우려한 조치다.

8일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아산)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문화재 긴급매입비 36억원을 들여 매입작업에 들어갔다.

건재고택은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233호인 외암민속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조선 후기 성리학자 외암 이간(1677~1727)의 생가다.

후손인 건재 이상익이 고종 6년(1869)에 현재의 모습으로 증축해 건재고택으로 불린다. 그가 영암군수를 지냈기 때문에 ‘영암집’으로 불리기도 한다. 4,433㎡의 터에 문간채, 사랑채, 안채, 광, 곳간, 가묘가 있고 돌담을 두른 사대부 가옥의 원형을 갖추고 있다.

특히 소나무 은행나무 감나무 등 우리나라 전통적인 마당구조에 일본식 정원기법을 차용한 독특한 정원이 유명하다.

외암민속마을은 조선시대 양반과 서민이 살던 가옥 67채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대부분의 가옥에서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어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잠정목록에 오를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 받았다.

하지만 고택은 세월이 흐르고 후손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래저축은행은 후손이 은행빚을 갚지 못하자 2011년 경매를 진행했으나 응찰자가 없어2013년 경매를 취하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근저당권을 가지고 있다.

애초 2006년 건재의 후손인 고 이준경 전 외암리민속보존회장은 아들에게 고택을 증여했다. 이씨는 증여에 앞서 고택을 미래저축은행에 근저당 잡히고 사업자금 수십억원을 빌려 쓴 상태였다. 아들 이씨는 부채의 상환이 어렵자 2009년 고택을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아들에게 넘겼다.

김 전 회장의 아들은 2011년 합의(소유권 등기) 해제 형식으로 고택의 소유권을 다시 이씨에게 돌려줬고, 채권자인 미래저축은행은 또 다시 경매를 진행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당시 김 전 회장 일가는 외암민속마을 내에 건재고택 외에도 가옥 3채 10동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건재고택을 별장으로 이용하면서 직원이나 외부인사를 불러들인 뒤 술판을 벌여 문화재 사유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2년 4월 김 전 회장은 고택에 주차해둔 차량에 숨겼던 56억원의 비자금을 고택관리인에게 도난 당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이 은행돈 200억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검거된 이후 고택 소유주인 미래저축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감정가 47억4,284만원의 고택을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경매 신청했다. 그러나 유찰을 거듭하다 주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갔다.

문화재청은 미래저축은행 사건 이후 지역사회의 요구로 매입을 결정, 지난 2일 36억원의 문화재긴급매입비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매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고택은 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며 평가를 마치면 2~3개월 후에 경매가 실시될 전망이다.

아산=이준호기자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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