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8.06.14 19:00
수정 : 2018.06.14 19:05

돈 없다고… 암 환자 로비로 내쫓은 병원

등록 : 2018.06.14 19:00
수정 : 2018.06.14 19:05

병원 “위출혈로 입원해 치료 끝나

가족 연락 안 되고 본인 동의” 변명

의료계 “치료비 없으면 복지단체 의뢰

환자 무턱대고 퇴원은 안돼” 비판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암 환자를 퇴원시켜 병원 1층 로비에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다.환자가 치료비를 미납했고 가족과 연락도 되지 않았다는 이유이지만, 병원 측은 환자가 암에 걸려 위독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소재 B종합병원은 지난달 중순 위출혈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던 60대 후반 남성 환자 A씨를 이달 5일 강제 퇴원시켰다. 위출혈 치료는 끝났지만 입원 후 검사를 통해 A씨가 직장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태였다. 하지만 A씨는 170만원 가량의 입원비와 치료비를 내지 못했고 A씨 가족들이 “연락하지 말라”며 병원측의 통화를 거부하자 퇴원을 결정한 것이다. 퇴원 수속을 밟은 원무과 직원은 거동조차 힘든 A씨를 병원 1층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혀놓은 채 돌아갔다.

의식은 있었지만 거동을 하기 힘들었던 A씨는 1시간 넘게 로비에 방치돼 있다 병원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 사설 구급차에 실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환자 상태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 수 없던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검사해 A씨의 상태를 파악해야 했다. 현재 A씨는 일반 병실로 옮겨져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치료비를 의료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B병원 측은 “진료 중에 환자를 강제로 퇴원시킨 것이 아니라 위출혈 치료를 끝낸 후 정당한 수속을 거쳐 환자를 퇴원시켰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자의 퇴원 동의서도 받았다고 했다. B병원 관계자는 “퇴원 전 가족들에게 문자와 전화 등으로 퇴원사실을 통보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고, 병원 사회복지팀을 통해 요양병원, 요양원 등에 환자를 전원시키려 했지만 지불능력이 없다고 거절당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거동이 어려운데다 병원비를 낼만한 경제적 여유도 없고 가족조차 외면하고 있는 환자를 아무런 조치 없이 병원에서 쫓아낸 데 대해 의료계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모 대학병원 사회복지팀 관계자는 “의료비 지불이 어려운 환자가 내원하는 경우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를 활용하거나 수급자가 아니라도 환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나 복지단체에 의뢰해 의료비 지원이 가능한 방법을 알아보고 국립병원 등에 전원시킨다”면서 ”이 병원처럼 환자를 무턱대고 퇴원시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이상 상급의료기관은 사내에 사회복지사를 배치해 두고 환자가 의료비 지불이 어려운 경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추고 있다.

구급차를 부를 경우 응급구조사에게 환자상태를 인수인계하는 의료 관행을 지키지 않은 것도 의료 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이 의료계 시각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아무리 원무과 직원이나 담당 의료진이 아니라 안내직원이 구급차를 부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병원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시키려면 의료진의 도움을 구해 환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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