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법에 비친 세상] 부당해고로 복직한 직원에… 회사 “화장실 이용도 적어라”

알림

[법에 비친 세상] 부당해고로 복직한 직원에… 회사 “화장실 이용도 적어라”

입력
2018.07.06 15:17
0 0

 ‘급식충’ 모멸 게시글 방치도 

 법원 “행동자유권과 사생활 침해” 

 위자료 2500만원 배상 판결 

 동의 없는 전직 처분도 “부당” 

[효도계약서] [저작권 한국일보] 박근혜 1심 선고 하루 앞둔 법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8-04-05(한국일보)
[효도계약서] [저작권 한국일보] 박근혜 1심 선고 하루 앞둔 법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8-04-05(한국일보)

2015년 6월 리서치ㆍ컨설팅업체 팀장으로 입사한 A씨는 불과 5개월 만에 “실적이 회사 목표에 못 미친다”는 윗선의 거센 압박을 받았다. 회사는 이듬해 1월 A씨를 다른 부서 업무 보조역으로 보직 변경한 뒤 대기발령 조치했다. 그러면서 A씨가 쓰던 노트북도 회수해 이메일 계정 등을 복구, 고객사의 견적 요청에 ‘견적서를 보낼 수 없다. 불법해고를 당할 것 같다. 타사로 가면 연락하겠다’는 A씨의 이메일 내용을 문제 삼아 해고했다.

A씨는 서울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해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4개월 만에 복직했지만 회사는 그를 계약서상 기재된 업무인 연구 영역이 아닌 경영지원부로 보내고 얼마 뒤 다시 대기발령 조치했다. 회사는 심지어 A씨가 화장실 이용을 포함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장부에 상세 내역을 적게 하는 대기발령 근무수칙을 만들고, 해당 장부를 다른 직원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 비치해 망신을 줬다. 회사 부장급 인사는 사내 게시판에 A씨를 ‘급식충’(월급만 축내는 직원)이라 표현하는 등 모멸감을 주는 글을 올렸고, 회사는 이를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방치했다.

결국 A씨는 회사를 상대로 부당한 전직 처분 취소 및 화장실 사용까지 일일이 기록하게 하는 부당한 조치 등의 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오상용)는 회사가 A씨에게 위자료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이동 시 장부에 적게 한 회사 행태에 “생리적 현상 해결을 위한 화장실 사용까지 적게 해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도 다른 직원이 볼 수 있도록 강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회사의 정당한 지휘ㆍ감독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근로자의 행복추구권과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부 기재 행위에 대한 위자료 2,000만원 지급을 주문했다. A씨 명예를 훼손하는 사내 게시판 글을 적절한 조치 없이 장기간 방치한 행위도 책임을 물어 위자료 500만원을 A씨에게 주라고 명령했다. 아울러 A씨 동의 없이 근로계약서상 업무와 무관한 부서 발령도 부당하니 취소하라고 덧붙였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