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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대형마트 근로자들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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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대형마트 근로자들 거리로

입력
2014.07.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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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에 한 맺힌 구호 부착, 업무시간 중 기습 파업 벌여

임금 줄이려 편법근무 꼼수, 정규직 돼도 받는 돈은 그대로

13일 쟁의지침에 따라 등벽보를 부착하고 근무하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근로자들. 홈플러스 노조 제공
13일 쟁의지침에 따라 등벽보를 부착하고 근무하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근로자들. 홈플러스 노조 제공
15일 서울 영등포 홈플러스 매장의 노동조합원.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15일 서울 영등포 홈플러스 매장의 노동조합원.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유니폼 등에 구호를 붙이고, 부분파업에 돌입하며 거리로 나섰다. “10년을 일해도 월급이 100만원이 안된다”며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8년차 여성 근로자 A씨는 올 4월 한 달 일해 90만3,180원을 받았다. 시급은 5,600원이다. 하루 6시간30분씩 근무한 대가로 기본급 76만4,400원을 받았고 주휴수당 14만5,600원에 근속수당 8만원, 직책수당 3만원이 더해졌다. 여기에서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각종 공제액 11만6,820원을 뺀 금액이다.

홈플러스 점포 근로자 800여명은 이런 저임금에 맞서 지난 12일과 13일 전국 19개 점포에서 업무 도중 기습파업을 벌였다. 파업은 각 매장 밖에 모여 집회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서울지역 근로자들은 12일 청계광장에 모여 플래시몹(일정 시간과 장소에 일제히 같은 행동을 하는 행사)을 진행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사측과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33개 점포를 중심으로 총파업까지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노조 측은 임금인상률이 27%에 달하는 비현실적인 제안을 하고 있어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근로자들의 파업을 계기로 대형마트 점포 근로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의 시급은 모두 최저임금에 근접한 수준이다. 2014년 최저임금 시급은 5,210원인데, 대형마트의 가공일용 시급 기준 홈플러스는 5,450원, 이마트는 5,670원, 롯데마트는 5,500원이다.

특히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경우는 대부분 하루에 최대 7.5시간, 7시간 근무를 하면서 최저임금 기준보다 낮은 월급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기준이 주 40시간을 근무하면 월 108만8,890원을 받아야 하지만 홈플러스의 경우 규정보다 하루 30분 적은 7.5시간 근무제로 운영해 시급은 최저임금보다 240원 많지만, 월 106만8,200원만 지급하는 편법을 써오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일 8시간 근무 제도를 거의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의무 휴게시간과 휴가일수를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줘야 하는 데 7.5시간, 7시간을 근무하게 되면 휴게시간을 30분만 허용해도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근무 전 준비시간 등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8시간 이상 근무하게 되지만 월급은 7.5시간, 7시간만 지급하며 임금과 휴식시간을 적게 주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휴가 역시 총 근무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대형마트 직원들은 휴가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 같은 ‘0.5시간 근무제’에 대해 노동계의 비판이 거세자, 홈플러스는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약속했지만, 정작 신규채용 시 7시간만 채용해 오히려 임금을 더 깎고 있다.

10년이 지나도 월급이 제자리인 것은 이들이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은 무기한이지만 임금이나 승진, 복지수준은 계약직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한다는 것은 고용안정뿐 아니라 근로조건과 임금수준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고용안정을 조건으로 다른 조건이 삭감되는 것은 일자리 지속가능 차원에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마트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한다며 지난해 도급인력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마트는 직군에 따라 공통직,전문직1, 전문직2로 구분하는데 점포 인력들은 전문직2에 포함된다. 하지만 정규직이라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상승이나 승진을 거의 기대할 수 없고, 도급사원의 경우 오히려 정규직이 전환되면서 월급이 깎인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직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정년보장과 함께 상여금, 학자금 등을 정규직과 함께 지원하고, 승진과 임금인상도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대형마트의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 대부분이 여성 근로자들인데 저

임금이 구조화되어 있다”며 “특히 처우개선 없이 고용만 안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고용창출도 중요하지만 고용의 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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