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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살며 낸 의료도서, 그림 그린 화가에게 쌀로 인세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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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살며 낸 의료도서, 그림 그린 화가에게 쌀로 인세 지급

입력
2016.01.1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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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살림을 시작한 게 2008년. 아무것도 모른 채로 시골집을 고치고, 아이를 낳고, 농사를 짓고 그랬다. 그러다가 첫 책이 나온 건 2013년. 벼르던 일이 5년 차에 이루어졌다. 첫 책은 무거웠다. 680쪽. 저자의 초고는 그 세 배쯤.

시골에 살면서 꽤 어려워들 하는 문제가 교육하고 의료다. 첫 책 ‘스스로 몸을 돌보다’는 의료에 관한 책이다. 스무 살 무렵 결핵에 걸렸던 저자가 30년 가까이 스스로 몸을 돌보며 건강을 살피는 이치를 찾아 탐구한 것을 정리했다. 우리가 믿는 건강 상식을 바로잡는 것부터 우리 몸이 건강해지기 위한 핵심 원리는 무엇인지, 그것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자세한 방법까지 방대하게 다룬다.

우리 식구는 이제 셋째 아이까지 다섯 식구가 시골에 살면서 실제로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첫 번째 독자이자 수혜자인 셈이다. 책을 편집하는 도중에도 원고에 나온 이야기대로 해 보면서 내용을 살폈고, 지금도 여전히 손 닿는 자리에 놓여 있다. 몸과 건강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 그 동안 편집했던 다른 책들과는 또 다르게 엄중한 마음이 들었다. ‘이거 조금만 삐끗하면 아픈 사람한테 헛다리 짚으라고 하는 셈이 돼버린다고.’

삶을 위협하는 가장 큰 것 두 가지는 돈과 건강이다. 건강하다는 건 몸이 가볍고, 머리가 맑고, 기분이 환한 것이다. 이런 것을 두루 갖춘 상태일 텐데,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병은 알아도 건강은 모르는’ 상황인 셈이니까. 모든 깊고 좋은 책들은 사람 살림의 줄기를 꿰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래서 의료에 관한 책이어도 교육이나 살림살이에도 도움이 될 이치를 담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게다가 건강 관련한 지출마저 줄여준다!).

상추쌈은 둘이 일하면서 지금까지 한 해에 책 한 권을 냈다. 사정이야 두루마리 한 발을 펼쳐도 모자라겠지만, 어쨌거나 드물게 내는 책이니 그만큼 마음에 들고 스스로 좋아하는 원고로만 책을 냈다. 원고는 마음에 들었고, 책은 내고 싶었지만, 돈은 모자랐다. 다행인 것은 논농사를 짓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쌀과 밀가루 같은 주곡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니, 그림을 그린 화가에게 인세 대신 직접 농사지은 쌀과 밀가루를 드려도 괜찮은지 물었다. 다행히 작가도 그것을 받아들였고. 이렇게 쌀과 농산물로 인세를 지급하는 것은 그 후로 다른 책을 진행할 때에도 몇 번 더 있었다. 물론 서로 형편을 헤아리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이었다.

물물교환이라든지 지역화폐라든지 거창한 이름을 달아 붙이지 않아도, 곡식이나 손공이 들어간 어떤 것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면 그것만으로도 돈을 주고 받는 것과는 다른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게 좋으니까 어떤 관계든 여지가 있으면 자꾸 그런 방식으로 주고받을 요량을 한다.

책을 내는 것도, 책에 담는 내용도 그런 마음과 어울릴 만하게 꾸려가려 하고 있다. 앞으로는 한 해에 한 권보다 책을 더 자주 펴낼 작정이다. 한국은 정말이지 시골에는 출판사가 없으니까. 시골 마을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책들. 목록은 벌써 몇 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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