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콘택트렌즈 인터넷 판매 막은 규제 탓… 소비자도 제조사도 골탕

알림

콘택트렌즈 인터넷 판매 막은 규제 탓… 소비자도 제조사도 골탕

입력
2020.04.28 06:00
2면
0 0

코로나 확산 후 해외직구 늘어, 해외사이트가 국내 약국보다 저렴

작년 안경사協 반대로 허용 무산… 국산 렌즈, 해외 거쳐 구입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람들이 접촉을 꺼려 콘택트렌즈를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콘택트렌즈를 인터넷으로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쳐진 규제 탓에 엉뚱한 해외 쇼핑몰들만 배를 불리며 소비자와 제조사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콘택트렌즈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경점과 안과, 약국에서만 판매되며 인터넷 판매가 금지돼 있다. 그 바람에 코로나19 이후 외출하지 않는 사람들이 렌즈고고닷컴, 렌시스, 픽셀아이 등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콘택트렌즈를 구입하고 있다. 해외 사이트는 국내 안경점, 약국보다 30% 이상 저렴해 불편한 해외 배송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증가 추세다.

렌즈고고와 렌시스 등 해외 사이트들은 일본과 홍콩 등에서 운영하지만 모두 한글로 서비스해 국내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다. 특히 이 사이트들은 최근 국내 주문이 늘자 할인 행사나 10만원 이상 주문시 무료 국제 배송을 하는 등 한국인들을 겨냥한 혜택을 늘리고 있다. 심지어 우리말로 응대하는 고객상담센터까지 운영한다.

해외 사이트들은 국내업체들이 만든 콘택트렌즈도 판매한다. 따라서 국산 콘택트렌즈들이 관련 법 때문에 홍콩 등 해외를 경유해 국내에서 팔리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규제에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 불편을 겪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면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가격이 떨어져 저렴하게 렌즈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아큐브 제품은 인터넷 판매를 하는 홍콩에서 2만7,000만원에 팔리지만 국내에서는 4만원대에 판매된다.

국내 제조업체들도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면 시장 확대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판매 창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모 제조업체 대표는 “국내 38개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들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지만 인터넷 판매가 금지돼 국내 시장 규모가 5,300억원에 불과하다”며 “일부 중소 제조업체들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대형 안경판매점이나 약국 등에서 제품을 받아주지 않는 바람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판매금지는 해외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제조업체 대표는 “해외 유통업체들도 인터넷 판매 사이트를 통해 주문하거나 제조업체와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가 없다 보니 수출 주문이 제한적”이라고 아쉬워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은 모두 인터넷에서 콘택트렌즈 판매를 허용해 관련 산업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세계 콘택트렌즈 시장 규모는 2018년 90억달러(한화 약 11조원)이며 2025년까지 140억달러(한화 약 1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 비중이 70%를 차지한다. 특히 일본은 콘택트렌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며 관련 시장 규모가 3조원대로 커졌다. 모 제조업체 관게자는 “아시아 지역은 미용을 위해 컬러렌즈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국내에서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 콘택트렌즈업체들도 한국의 인터넷 판매 규제를 답답하게 여긴다. 모 해외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가 있으면 시장 반응을 쉽게 알 수 있고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은 온라인 마케팅이 안돼서 외국업체들이 신제품 출시 등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따라서 관련 제조업계에서는 소비자 편의를 늘리고 산업 발전을 위해 콘택트렌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으로 콘택트렌즈의 인터넷 판매를 추진하려 했으나 안경사협회 등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큰 틀에서 소비자 편익과 산업 발전을 고려하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규제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픽셀아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렌즈고고, 렌시스 등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한글로 콘택트렌즈를 싸게 판매하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들.
픽셀아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렌즈고고, 렌시스 등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한글로 콘택트렌즈를 싸게 판매하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