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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리포트] “뉴노멀 시대, 듣는 책이 뜬다” 오디오북의 넷플릭스, 스토리텔의 전략

입력
2020.04.21 10:52
수정
2020.04.22 09: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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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회]박세령 지사장 “코로나가 앞당긴 뉴노멀 시대, 오디오북 이용자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과 재택근무 등 뉴노멀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각종 온라인 서비스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디오북도 그 중 하나다. 오디오북은 말 그대로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디지털 파일로 된 책이다.

오디오북은 그동안 ‘책을 읽는다’는 뜻으로 고정된 독서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책을 눈으로 읽지 않고 귀로 듣기 때문이다. 귀로 듣는 책인 오디오북은 책장을 넘기는 전통적 독서 방식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다중작업(멀티 태스킹)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즉 운전을 하거나 설거지, 운동을 하며 혹은 걸어가면서 독서를 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도 독서가 가능하다.

이처럼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오디오북은 바쁜 일상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는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로 꼽힌다. 덕분에 세계 최대 오디오북 시장인 미국에서는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2017년 28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매출 기준으로 연 평균 30%씩 성장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박세령 스토리텔 지사장은 “오디오북을 듣고 나면 책을 더 읽고 싶게 돼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오디오북을 ‘독서 경험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박세령 스토리텔 지사장은 “오디오북을 듣고 나면 책을 더 읽고 싶게 돼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오디오북을 ‘독서 경험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운전이나 운동하며 듣는 오디오북,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들어

스웨덴의 국민 신생(스타트업) 기업으로 꼽히는 스토리텔은 2005년 설립돼 세계 최초로 디지털 휴대기기(모바일)용 오디오북을 선보였다. 2013년 오디오북을 만드는 출판사 스토리사이드까지 설립해 지금까지 20개국 언어로 30만권 이상의 오디오북을 제작했다. 현재 전 세계 이용자가 1,000만명에 이르며 나스닥 유럽에 상장된 주식의 시가 총액은 8,700억원이다.

스토리텔은 지난해 12월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국내에도 진출했다.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인 한국지사를 이끄는 박세령 지사장을 만나 스토리텔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지사장은 스토리텔을 ‘오디오북 분야의 넷플릭스’로 칭했다. 월 1만1,900원을 내면 모든 오디오북을 광고 없이 무제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된 오디오북이 5,000권이고 영어 오디오북까지 합치면 총 5만권을 들을 수 있어요. 책 1권 가격에 수많은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죠.”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모바일 기기로 소프트웨어(앱)를 내려받아 설치한 뒤 회원 가입을 하고 월 이용료를 내면 된다. “14일 무료 체험 기간을 제공하니 이때 들어보고 이용해도 돼요. 독서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겁니다.”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박 지사장은 오디오북을 “독서 경험의 확장”이라고 표현했다. “오디오북은 종이책의 대체제가 아니에요. 운전이나 운동 등 책을 읽기 힘든 상황에서도 책을 들을 수 있어 독서의 기쁨을 알려줘요. 그래서 책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죠.”

독서 습관이 붙지 않은 사람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오디오북의 장점이다. “게임 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책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요즘은 출퇴근할 때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을 열심히 들어요. 올 들어 벌써 2권의 경영서적을 완독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오디오북을 들은 뒤 종이책을 다시 사는 사람들이 있다. “긍정적 순환이 일어나는 거죠.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든 오디오북을 다시 읽고 싶어 책을 사기도 해요. 그만큼 오디오북은 출판업계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스토리텔의 국내 진출을 경계했던 출판사들도 이제는 손을 잡고 오디오북을 함께 만들고 있다. “창비, 다산, 웅진, 세계, 시공사, 작가정신 등 15군데 출판사들과 계약을 했어요. 앞으로 제휴 출판사를 계속 늘릴 예정이에요.”

조경아 성우가 오디오북을 녹음하고 있다. 스토리텔 제공
조경아 성우가 오디오북을 녹음하고 있다. 스토리텔 제공

◇오디오북, 이렇게 만든다

오디오북은 여러 단계의 준비를 거쳐 제작된다. 우선 음성으로 들었을 때 적합한 책인지 검토한다. “줄거리가 복잡하지 않은 책이 좋아요. 주로 자서전이나 1인칭 관점의 소설이 좋죠.”

책이 선정되면 출판사, 저자, 번역자와 협의해 오디오북 권리를 획득한다. 이후 내용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성우를 찾는다. “국내 정상급 성우들을 기용해요. 전문 성우들은 발음이나 호흡 조절이 달라서 편안한 소리를 들려줘요.”

스토리텔은 이를 강조하기 위해 오디오북에 반드시 성우 이름을 표기한다. 목소리가 마음에 들면 앱에서 성우 이름을 눌러 해당 성우가 녹음한 오디오북을 골라서 들을 수 있다.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경우도 있고 라디오 드라마처럼 여럿이 배역을 나눠 맡아 녹음하기도 해요.”

녹음을 마치면 후반 작업을 거친다. 장(챕터)이 바뀔 때 음악이나 책장 넘어가는 소리 등 특수 효과를 가미한다. 이후 사람들이 오디오북을 재생할 때마다 청취 시간에 비례해 인세를 출판사에 지급한다.

이렇게 제작된 오디오북 파일은 평균 50메가바이트(MB) 용량을 갖는다. 재생하면 약 10시간 분량이다. “모비딕은 한국에서 제작했는데 30시간 분량이 나왔어요. 짧은 어린이 동화는 몇 분짜리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조경아 성우가 낭독한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 일본의 야마구치 슈가 쓴 쉬운 철학 서적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장류진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등 쉽고 재미있는 내용의 오디오북 이용률이 높다.

◇매년 500권씩 우리말 오디오북 제작 예정, 시집도 제작

스토리텔은 매년 500권씩 우리말 오디오북을 제작할 계획이다. 장기 투자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처음부터 장기간 국내에서 사업할 계획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했어요. 매년 제휴 출판사와 우리말 오디오북을 계속 늘릴 겁니다.”

박 지사장은 그만큼 국내 오디오북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 “아직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초기 단계예요. 경쟁 상대도 거의 없는 편이고요. 따라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잘 다루는 만큼 오디오북도 쉽게 익숙해질 겁니다.”

최근 스토리텔이 국내에서 공을 들인 것은 시집이다. “지난달에 창비 시선을 오디오북으로 독점 제작했어요. 일부는 시인들이 직접 시를 낭송했죠. 문학과지성사와도 독점 계약해 일부 시집들이 오디오북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코로나19는 스토리텔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었지만 마케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실제 공간에서 준비한 낭독회나 북콘서트 등 각종 행사들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독서모임들과 각종 행사를 기획했는데 아예 시작도 못했어요. 또 북유럽의 유명 유통업체들과 국내에서 공동 행사를 협의 중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취소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 지사장의 모든 해외 출장도 취소됐다. 본사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어서 출장이 잦은 편인데 구글의 ‘행아웃’을 이용한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국내 지사 직원들도 재택근무 중이다.

반면 이용자들의 스토리텔 이용 시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했다. “1월 말 대비 1인당 오디오북 이용 시간이 20% 증가했어요. 여기 맞춰 오프라인 행사 비용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돌리고 있어요. 스토리텔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예요.”

◇기자 출신 박 지사장, 넷플릭스와 킹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해

원래 박 지사장은 기자 출신이다. 그는 언론학 분야에서 유명한 미국 미주리주립대 저널리즘 스쿨을 졸업하고 국내 영자지에서 기자 생활을 짧게 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10개월가량 일하면서 기자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박 지사장은 기자 생활을 접고 생활용품 업체인 존슨앤존슨의 국내지사로 옮겨 마케팅 업무를 익혔다. 이후 싱가포르에 있는 넷플릭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사로 옮긴 뒤 유명 스마트폰 게임 ‘캔디크러시’를 만든 스웨덴 모바일 게임업체 킹의 한국지사에서 일했다. 모두 온라인 분야에서 마케팅에 강한 회사들이다. “인터넷 실시간 서비스 제공업체인 넷플릭스와 모바일 게임업체 근무 경험 때문에 스토리텔에 합류하게 됐어요.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은 없지만 스토리텔에서는 오디오북을 엔터테인먼트로 보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분야인 넷플릭스와 킹에서 마케팅을 담당한 경험을 중요하게 봤죠.”

올해 박 지사장과 스토리텔의 목표는 오디오북 입문자를 넓히는 것이다. 그러려면 ‘15’의 벽을 깨야 한다. “스토리텔에서는 이용자가 15시간을 투자하면 오디오북을 계속 이용한다고 봐요. 15시간이면 오디오북을 2권 정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에요. 실제로 월 평균 청취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유료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와 함께 박 지사장은 ‘뽀로로’ 오디오북 등 새로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소설과 유아 콘텐츠를 늘릴 예정이에요. 시를 오디오북으로 제공하는 곳도 스토리텔이 유일한 만큼 계속 늘릴 겁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오디오북도 준비 중이에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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