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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잇속 챙기다... 이륙도 하기 전에 결함 발생한 '반조원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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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잇속 챙기다... 이륙도 하기 전에 결함 발생한 '반조원태 연합'

입력
2020.02.18 16:44
수정
2020.02.18 18:5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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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사내이사 후보 자진사퇴

“순수한 의도와 달리 진행… 오히려 현 경영진 지지”

조원태(왼쪽)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원태(왼쪽)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의 3자 연합 내부에서 제대로 이륙도 하기 전에 ‘결함’이 발생했다. 3자 연합이 사내 이사로 내정한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가 반대편인 조 회장 지지 선언과 함께 돌연 자진 사퇴하면서다. 김 전 상무의 사퇴로 3자 연합에서 내세웠던 ‘한진그룹 정상화’란 명분도 희석될 전망이다.

한진칼은 “김 전 상무가 17일 한진칼 대표 앞으로 서신을 보내 3자 연합이 내정한 사내 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혀왔다”고 18일 전했다. 김 전 상무는 서신에서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칼맨(KALMAN·대한항공 출신)으로서 동료·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3자 연합 측은 김 전 상무의 사퇴에 대해 “이사직을 요청하면서 저희의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한 후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며 “오늘(18일) 새벽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알려왔다”고 해명했다.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김 전 상무의 중도 이탈은 3자 연합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김 전 상무가 물러나면서 배경으로 밝힌 ‘순수한 의도와 다른 진행’은 향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3자 연합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오직 한진그룹의 정상화란 확고하고 단일한 목적’을 세(勢) 결집의 대외 명분으로 내세웠던 3차 연합의 정체성에 회의적인 잣대가 적용될 수 있어서다. 실제 업계 안팎에선 조 전 부사장은 호텔·레저·기내식 사업 등의 운영권을, 반도건설은 한진그룹의 부동산 개발권 획득을, 사모펀드인 KCGI는 주가 부양에 따른 수익실현을, 3자 연합에 합류한 각각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반면 조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란 명확한 목표 아래 한진그룹 노동조합 등 조직 구성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사리사욕을 채울 의도로 외부 투기자본세력과 작당하여 몸담았던 회사를 배신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분노한다”며 “주가 차익만 노리는 KCGI와 한진그룹 자산을 헐값에 이용하겠다는 반도건설”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 17일엔 대한항공, ㈜한진,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3대 노조위원장이 공동 입장문을 통해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을 뿐 노동자의 삶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KCGI의 한진그룹 공중 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대영 대한항공 노조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직 구성원들은 3자 연합이 경영권을 쥐었을 때 몰고 올 여파에 대해 불안감이 가득하다”며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구성원들이 힘을 합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상무의 이사직 사퇴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3자 연합은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자 연합은 이날 오후 모처에서 이사 후보들과 상견례를 할 예정이었지만, 당장 대체 후보 물색은 물론 다른 후보들의 추가 이탈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들 중 사퇴한 김 전 상무를 제외하면 항공·물류 분야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으려면 보다 참신한 인물과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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