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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배트 제작…“홈런왕 심정수 배트도 내가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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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배트 제작…“홈런왕 심정수 배트도 내가 만들어”

입력
2020.01.03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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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배트’ 대표 윤순씨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작업실에서 만난 '윤배트' 대표 윤순(71)씨가 자신이 만든 배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40년 야구배트만 만들어 온 윤순씨의 배트는 마해영, 심정수, 이대호 선수 등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해 홈런왕에 오르는 등 인기를 뜰었다고 한다. 임명수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작업실에서 만난 '윤배트' 대표 윤순(71)씨가 자신이 만든 배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40년 야구배트만 만들어 온 윤순씨의 배트는 마해영, 심정수, 이대호 선수 등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해 홈런왕에 오르는 등 인기를 뜰었다고 한다. 임명수 기자

“2007년 홈런왕(31개)이 된 삼성의 심정수 선수, 제가 만든 배트를 사용했습니다. 야구배트용 나무는 결이 없이 올곧게 자란 원목을 사용해야 해요. 건조가 잘 된 나무는 부딪혔을 때 크리스탈처럼 맑은 소리가 나죠.”

야구 배트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윤배트’ 대표 윤순(71)씨는 당시 심정수 선수가 31개로 홈런왕을 차지했을 때 가슴이 벅차고 뿌듯했다고 한다. 자신이 손수 만든 나무 배트였기 때문이다. 윤씨의 손에서 탄생한 배트는 당시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마해영, 손인호, 송지만, 이대호 같은 ‘거포’들도 사용했다. 송지만 선수의 경우 200호 홈런을 때릴 때 윤씨의 배트였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1977년부터 야구 배트를 전문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경남 거창 태어나 목수 일을 하던 부친의 업을 이어 목공예를 만들었지만, 저가의 중국산과 기계로 찍어내는 제품 탓에 버틸 여력이 없었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작업실에서 만난 '윤배트' 대표 윤순(71)씨가 자신이 만든 배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40년 야구배트만 만들어 온 윤순씨의 배트는 마해영, 심정수, 이대호 선수 등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해 홈런왕에 오르는 등 인기를 뜰었다고 한다. 임명수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작업실에서 만난 '윤배트' 대표 윤순(71)씨가 자신이 만든 배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40년 야구배트만 만들어 온 윤순씨의 배트는 마해영, 심정수, 이대호 선수 등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해 홈런왕에 오르는 등 인기를 뜰었다고 한다. 임명수 기자

그래서 생각해낸 게 골목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야구배트다. “아이들이 동네에서 야구하는 걸 보면서 장난감용 배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의외로 잘 팔렸고 생계유지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이후 지금의 원삼면에 목공소를 차리면서 전문적인 배트 제작이 시작됐다. 그의 손을 거친 배트는 당시 ‘야구의 메카’였던 동대문야구장 인근 체육사에 납품됐고, 선수들을 통해 ‘타격감이 좋다’, ‘손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체육사 납품과 별도로 직접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다가가 스폰서를 자청했고, 주문 제작이 들어와 유명세를 타게 됐다.

지금도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야구배트를 지원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무배트를 대량생산하는 업체가 늘면서 팀 차원에서 계약을 맺어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윤씨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경쟁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배트의 상호를 ‘윤배트’라고 지은 이유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작업실에서 만난 '윤배트' 대표 윤순(71)씨가 자신이 만든 배트는 마해영, 심정수, 이대호 선수 등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해 홈런왕에 오르는 등 인기를 뜰었다고 한다. 윤씨의 성을 딴 '윤배트' 제품. 임명수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작업실에서 만난 '윤배트' 대표 윤순(71)씨가 자신이 만든 배트는 마해영, 심정수, 이대호 선수 등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해 홈런왕에 오르는 등 인기를 뜰었다고 한다. 윤씨의 성을 딴 '윤배트' 제품. 임명수 기자

상업용이라고 기계로 막 찍어내지 않는다. 제재소에서 정사격형으로 만드는 정도만 기계의 도움을 받을 뿐 나머지는 손으로 하나하나 깎아내고 있다.

그의 목공실 천장엔 수 십개의 야구방망이 모형 나무들이 매달려 있었다. 자연건조 과정이라고 한다. 이때 75%의 수분을 뺀 뒤 열건조를 통해 모두 빼냈을 때 비로소 야구배트의 탄력을 갖게 된다. 한 개의 배트를 만드는 데 6개월이 소요된다.

그의 이런 고집은 국내 유일의 배트 제작 기술력 보유자로 만들었다. 길이 37인치(약 94cm) 이상의 압축배트와 핑거 배트(코치가 선수를 가르칠 때 쓰는 배트)는 국내에서 그만이 제작할 수 있다. 최대 46인치(116.8cm)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그가 만든 압축배트는 알루미늄 배트처럼 끝은 가볍고, 스윙 스피드가 빨라 사회인 야구계에서 인기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작업실에서 만난 '윤배트' 대표 윤순(71)씨가 자신이 만든 압축배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0년 야구배트만 만들어 온 윤순씨의 배트는 마해영, 심정수, 이대호 선수 등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해 홈런왕에 오르는 등 인기를 뜰었다고 한다. 임명수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작업실에서 만난 '윤배트' 대표 윤순(71)씨가 자신이 만든 압축배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0년 야구배트만 만들어 온 윤순씨의 배트는 마해영, 심정수, 이대호 선수 등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해 홈런왕에 오르는 등 인기를 뜰었다고 한다. 임명수 기자

국내 기술은 37인치까지만 제작 가능하다고 한다. 핑거배트 또한 최근 한 프로야구 팀에서 일본 업체에 주문했다가 ‘제작불가’ 통보를 받은 뒤 윤씨에게 제작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아마추어, 중고교팀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요즘 고민이 깊다고 했다. 윤씨는 “4대 보험에 각종 세금과 급여 등 문제가 있어 누굴 채용해 기술을 이전해 주고 싶어도 그럴 형편이 못 된다”며 “덕장이나 장인을 선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기술전수를 할 수 있게 비용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b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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