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 ‘당연한 수’도 실수하는 수준… AI 인재ㆍ투자 등 中과 격차 결과
이세돌(36) 9단과 국내 NHN 인공지능(AI)인 한돌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 지난 21일 전남 신안군의 한 리조트. 초반부터 불리한 형세로 시작됐지만 이 9단의 고심은 마지막 초읽기 3초를 남겨둔 시점까지 계속됐다. 이 9단은 2점 접바둑 형태로 시작된 이날 경기에서 25년 바둑 인생의 마지막 돌을 던지고 한돌에게 승리를 양보했다. 총 3판의 대국으로 치러진 이 9단의 은퇴경기는 이로써 2승1패를 거둔 한돌의 우승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한돌에게 우승은 돌아갔지만 평가는 박했다. 이 9단은 경기 후 “한돌은 접바둑으로 따지면 아직 그렇게 강하다고 보기엔 어렵다”며 “(중국 AI인) ‘줴이(絶藝ㆍFineArt)’와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진단했다. 지난 18일 벌어졌던 1국에 대해서도 이 9단은 “지난 1국에서 결정적인 수로 평가된 78수는 사실 당연한 수였는데, 한돌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했다”고 전했다.
이 9단의 혹평 속에 국내 AI에 대한 주소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돌이 지난 8월 벌어졌던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를 차지, 국내 기술 수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경연에선 특히 “한국의 AI 인재 경쟁력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부에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중국과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칭화대에서 낸 ‘중국 AI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투자 중 60%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2020년 중국 AI 관련 산업 규모는 약 1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분위기는 바둑 AI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 줴이나 한돌과 모두 대결을 펼친 신진서(19) 9단은 본보와 통화에서 “둘 사이의 차이는 현재 2집에서 3집 정도로 보인다”며 “기간으로 따지면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2집 차이가 나면 승부가 기울었고 3집 이상 벌어지면 뒤집기가 어렵단 프로바둑계 정설을 감안하면 양국의 AI 격차를 가늠할 수 있다. 신 9단은 이어 “줴이는 세련되고 안정적인 기풍을, 한돌은 공격적인 기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돌이 아직 불안전하고 변동성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AI 인재 확보 또한 시급한 현안이다. 한국무역협회에선 중국의 AI 인재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만8,000여명에 달해 우리나라(2,664명)의 7배에 달했다. AI 관련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의 연봉 지급 등으로 우수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상황은 업계에선 공공여한 비밀이다. 사실상 미국 및 중국을 뛰어넘는 AI 기술을 내놓기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돌이 절예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금 늦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과 텐센트에서 내놓은 AI와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며 “최근 정부가 AI 국가전략을 밝힌 만큼,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가 지속되면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제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에 최소 1조4,000억원 이상의 예산 투입 등을 골자로 한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