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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 91년 역사 새로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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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 91년 역사 새로 쓸까

입력
2019.12.17 20: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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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상과 주제가상 부문에 예비 후보로 올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상과 주제가상 부문에 예비 후보로 올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제패할 수 있을까. 희망사항에 가까운 농담이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6일(현지시간)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제92회 아카데미상 9개 부문 예비 후보(Shortlists) 명단에 따르면, ‘기생충’은 ‘국제장편영화상’과 ‘주제가상’ 등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장편영화상은 과거 외국어영화상의 새로운 이름이다.

아카데미는 국제장편영화상을 비롯해 음악상과 주제가상, 장편다큐멘터리상 등 9개 부문에 한해 10편 내외 예비 후보를 추리고, 이 가운데 최종 후보작 5편을 선정한다. 최종 후보작은 작품상과 감독상, 최우수남녀배우상, 각본상 등 예비 후보를 따로 공개하지 않는 부문의 후보작과 내년 1월 13일 함께 발표된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에 들었지만 최종 후보작에선 빠졌다. 최종 수상작은 내년 2월 9일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공개된다.

미국 언론들은 ‘기생충’이 최종 후보작을 넘어 수상작으로 선정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드 글로리’(스페인)를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으면서도 “‘기생충’이 각종 수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결과적으로 최종 승리자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기생충’과 ‘페인 앤드 글로리’는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격돌한 바 있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면서 최우수남자배우상(안토니오 반데라스)을 가져간 ‘페인 앤드 글로리’를 눌렀다.

관심은 작품상을 차지할 수 있느냐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기생충’은 12월 잇달아 발표되는 북미 지역 영화평론가협회의 작품상을 휩쓸었다. 로스앤젤레스(LA)ㆍ시카고 등에서 작품상을 모두 챙겼다. 미국 언론들도 ‘기생충’을 유력 후보자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벽은 여전히 강고하다. 아카데미가 비영어권 영화에 작품상을 준 적은 91년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다. 넷플릭스가 투자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스페인어 영화 ‘로마’가 대표적 사례다. 후보작 가운데 가장 많은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감독상ㆍ촬영상 등 여러 상을 휩쓸었음에도 작품상만큼은 흑백 인종 문제를 다룬 ‘그린북’에게 내줬다.

아카데미가 미국적인 이슈에만 집중한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린 북’이나 ‘문라이트’(2017년 수상작)처럼 흑백갈등 문제를 다룬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2018년 수상작)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풍자했다는 평을 받은 영화들이 그 동안 작품상을 받아왔다. 이런 경향 때문인지 봉 감독 스스로도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로 오르지 못한 것은 아카데미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닌 ‘로컬(지역) 시상식’이기 때문”이라 일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은근한 기대 섞인 평들이 흘러 나온다. 최근 할리우드 작품 등을 보면 ‘조커’를 제외하고는 ‘기생충’처럼 사회적 이슈를 다룬 좋은 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은 최근 미국 영화가 외면한 동시대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부문 진출은 물론, 수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에 배타적인 아카데미의 엘리트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생충’의 주제가 ‘소주 한잔’이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도 화제다. 봉준호 감독 작사, 정재일 음악감독 작곡에다 배우 최우식이 부른 이 노래가 ‘알라딘’의 ‘스피치리스’, ‘겨울왕국2’의 ‘인투 디 언노운’, ‘라이온 킹’의 ‘네버 투 레이트’ 같은 명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뉴욕타임즈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부른 뮤지컬 영화 ‘캣츠’의 새 주제가까지 제쳤다”고 놀라워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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