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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일본어 번역 ‘통속 징비록’ 74년만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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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일본어 번역 ‘통속 징비록’ 74년만에 발견

입력
2019.12.02 21: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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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 징비록 제1권 표지. 김시덕 교수 제공
통속 징비록 제1권 표지. 김시덕 교수 제공

1945년 히로시마 원폭투하 때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징비록’의 첫 일본어 번역본인 ‘통속 징비록’(1783)이 74년만에 발견됐다. ‘징비록’은 서애 류성룡이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의 참혹상을 한문으로 기록한 것이다.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인문학국(HK) 교수는 최근 ‘통속 징비록’의 원본을 촬영한 파일을 입수해 이를 분석 연구한 논문 ‘히로시마시립도서관본 ‘통속 징비록’에 대하여’를 2일 발표했다.

‘징비록’은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이 임진왜란의 비극을 한문으로 기록한 것으로 이후 일본에선 17세기에 일본어 훈점(한자 뜻을 일본어로 적은 것)을 붙인 ‘이칭일본전’(1693), ‘조선 징비록’(1695)이 잇따라 출간됐다. 이번에 발견된 ‘통속 징비록’은 히로시마의 유학자 가네코 다다토미가 번주 아사노 시게아키라의 명령에 따라 완역한 것으로 ‘통속’은 당시 한문의 일본어 번역물에 붙이는 표현이었다. 김 교수는 “19세기 말의 한글본 ‘광명번역징비록’보다 100년 빨리 발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엔 없던 조선 지도가 ‘통속 징비록’에는 실려 있다. 김시덕 교수 제공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엔 없던 조선 지도가 ‘통속 징비록’에는 실려 있다. 김시덕 교수 제공

당시 일본이 한국의 역사와 정세에 관심이 높았던 것을 보여주는 ‘통속 징비록’은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소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노 가문은 ‘통속 징비록’을 포함한 소장도서 9만여권을 히로시마시립도서관에 기증했는데, 원자폭탄이 떨어질 당시 이송 중에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2015년 히로시마시립도서관이 ‘아사노문고’ 목록을 다시 정리하면서 ‘통속 징비록’을 포함해 아사노문고 책 일부가 기적적으로 외부에 반출돼 현존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이를 김 교수가 지난달 초 일본 방위대학교의 이노우에 야스시 교수로부터 ‘통속 징비록’ 전체 촬영본을 받아 논문을 썼다. 김 교수는 “’징비록’이 조선 한글본보다 100년 빨리 일본어로 번역됐다는 것은 이웃나라의 역사와 정세에 관심이 높았던 일본 사회에 ‘징비록’이 이미 고전으로 정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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