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기간 중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67) 전 대통령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는 횡령죄가 아닌 국고손실죄를 적용해야 하며, 이 중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2억원은 뇌물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또한 사건이 다시 고등법원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총선 전 사면 역시 그 가능성이 낮아지게 됐다. 형이 확정돼야만 사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8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ㆍ안봉근ㆍ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과 공모해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총 36억5,000만원의 특활비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 특활비에 뇌물죄를 적용할 수는 없지만, 국고손실 혐의에는 해당한다고 보고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33억원을 명령했다.
그러나 2심은 돈을 건넨 국정원장들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국고손실죄 대신 횡령죄를 적용, 징역 5년으로 감형하고 추징금도 27억원 줄였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하려면 횡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법적으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여기에 1, 2심이 모두 무죄로 봤던 2016년 9월경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 받은 특별사업비 2억원은 뇌물수수라고 판단했다.
이날 같은 시각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이유로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 당시 국정원장들의 2심 판결도 파기 환송했다. 전직 국정원장 3명은 2심에서 각 징역 2년(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징역 2년6월(이병기ㆍ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받은 바 있다.
반면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함께 선고한 이재만ㆍ안봉근ㆍ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문고리 3인방의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장 3명의 항소심과 달리 국정원장들을 회계관계직원으로 판단해 이재만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월,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6월,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파기환송 돼 다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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