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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How] 여성 앵커, 어떻게 ‘뉴스의 꽃’ 벗어났나

입력
2019.11.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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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뉴스9’ 이소정 앵커 발탁 화제 

 2000년대 들어 김주하 등 여성 단독ㆍ2명 뉴스 진행도 등장 

KBS가 간판 뉴스인 'KBS 뉴스 9'의 새로운 메인 앵커로 이소정 기자를 발탁했다고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KBS가 간판 뉴스인 'KBS 뉴스 9'의 새로운 메인 앵커로 이소정 기자를 발탁했다고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KBS의 ‘뉴스9’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뉴스의 메인 앵커로 여성인 이소정 기자가 등장한 겁니다. 여성이 평일뉴스, 그것도 KBS의 간판 격인 메인뉴스에 메인 앵커로 나선 것은 지상파 최초입니다.

첫 방송을 마친 이 기자는 2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형식의 변화가 하나의 큰 메시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절실하게 변화하고 시청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죠.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지배적인 사업자 역할을 해왔던 지상파는 노력을 안 해도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관습을 쉽게 바꾸지 못했다”며 “이제는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타 방송도 이같은 추세를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그동안 지상파 뉴스는 성차별적 관행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평가를 받았죠.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실시한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7개 채널 종합뉴스에서 여성앵커는 10명 중 8명(80%)이 30대 이하였고, 남성앵커는 10명 중 9명(87.7%)이 40대 이상이었습니다. 중년 남성 기자가 주요 뉴스를 전하고, 젊은 여성 아나운서가 연성 뉴스를 맡는 것이 일종의 공식으로 적용돼왔던 겁니다.

KBS 2TV '뉴스타임‘ 진행을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와 이윤희 기자(왼쪽)가 2008년 KBS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KBS 2TV '뉴스타임‘ 진행을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와 이윤희 기자(왼쪽)가 2008년 KBS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뉴스 제작현장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76년 KBS ‘9시뉴스’에 TV뉴스 사상 최초로 여성인 박찬숙 앵커(전 한나라당 의원)가 등장했죠. 물론 남성 메인 앵커 옆에서 작은 뉴스를 처리하는 역할이긴 했지만요. 이후 1990년대엔 중견 남성 앵커가 메인뉴스를 이끌고 미혼인 젊은 여성 앵커가 보조역할을 하는 방식이 굳어졌습니다.

2000년대에 들면서 여성들은 좀 더 진취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2007년 MBC 주말뉴스인 ‘뉴스데스크’에는 아나운서 출신 김주하 기자가 단독 앵커로 발탁돼 남녀 투톱 체제의 형식을 타파하기도 했습니다. 남녀가 아닌 여성 둘이 나란히 뉴스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2008년 정세진 아나운서와 이윤희 기자는 KBS ‘뉴스타임’에서 여성 더블앵커로 호흡을 맞췄답니다. 최근 MBC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도 여성인 김수진 기자가 맡아 화제가 됐죠. 성역할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타파하는 일련의 시도들이 모여 오늘날 지상파 평일 뉴스 여성 메인앵커를 탄생케 한 것이죠.

최근에는 복장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4월 MBC ‘뉴스투데이’에는 임현주 아나운서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경을 쓰고 등장했는데요. 보통 치마 정장을 입던 모습에서 바지 정장을 입은 변화도 나타났죠. 방송 직후 화제가 되자 그는 “여자 앵커들도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신선하든, 낯설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고 말했어요. 이렇게 한 발 한 발 전진하면서 ‘여성 앵커는 뉴스의 꽃’이라는 구시대적 관념도 사라지는 거겠죠.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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