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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게 뽑기’ 기계로 공공의 적 된 싱가포르 식당, 결국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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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게 뽑기’ 기계로 공공의 적 된 싱가포르 식당, 결국엔…

입력
2019.10.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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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한 해산물식당에 등장한 살아있는 게 뽑기 기계. 인형 뽑기 기계와 작동 원리가 같다. 더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싱가포르 한 해산물식당에 등장한 살아있는 게 뽑기 기계. 인형 뽑기 기계와 작동 원리가 같다. 더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살아있는 게 뽑기’ 기계를 설치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던 싱가포르의 한 해산물식당 주인이 결국 고개 숙여 사과하고 엽기적인 판촉 행위를 중단했다. 기계는 철거하지 않고, 살아있는 게 대신 빈 상자를 뽑는 식으로 바뀌었다.

30일 채널뉴스아시아(CA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싱가포르 동북쪽 해안 풍골(punggol) 지역의 한 해산물식당 주인과 직원 3명은 지난 25일 30초간 깊이 고개를 숙이고, 기자들 앞에서 게를 학대하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 최대한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살아있는 게 뽑기' 기계를 설치했다가 거센 비난에 시달린 싱가포르의 한 해산물식당 주인과 직원들이 25일 식당에서 30초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살아있는 게 뽑기' 기계를 설치했다가 거센 비난에 시달린 싱가포르의 한 해산물식당 주인과 직원들이 25일 식당에서 30초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이 식당은 최근 인형 뽑기 기계처럼 돈(약 4,300원)을 집어넣고 조이스틱을 조작해 무게 500~800g 정도의 살아있는 스리랑카 게를 집게발로 들어올려 뽑으면 원하는 종류의 게 요리를 무료로 요리해준다고 광고하며, 관련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게는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 ‘잔인함의 극치’ ‘싸구려 상술’ ‘명백한 동물 학대’라는 것이다. 심지어 동물보호단체는 관계 당국에 식당을 신고했다. 싱가포르에서 살아있는 게 뽑기 기계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식당 주인은 “금속 집게발을 플라스틱 보호대로 싸고 게의 낙상 고통을 막기 위해 스폰지를 깔았다”고 해명했으나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다. 파장이 커지자 식당 주인은 이날 “동물 학대 방지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동물 학대에 분명히 반대한다, 이번 불상사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며 기계에 살아있는 게를 넣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중국이라면 당국의 승인이 필요 없을 텐데, 싱가포르에선 기계를 설치하기 전에 당국 승인을 받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식당 측은 손님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식당 주인은 “시민들의 반발로 식당 문을 닫거나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라며 “직원들이 울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과 이후 식당은 뽑기 기계에서 살아있는 게들을 모두 빼고 빈 상자를 넣어뒀다. 빈 상자를 뽑으면 그 자리에서 스리랑카 게를 무료로 요리해 주거나,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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