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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 대통령에 “바이든 조사해 달라”... 압박 의혹 사실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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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 대통령에 “바이든 조사해 달라”... 압박 의혹 사실로 드러나

입력
2019.09.26 00:49
수정
2019.09.26 18:3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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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지난 7월 양국 정상 간 통화 녹취록 공개

민주당, 트럼프 탄핵 절차 돌입… 美 내년 대선정국 격랑 속으로

하원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 착수… 트럼프는 “마녀사냥” 반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공식 착수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공식 착수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24일(현지시간) 하원 차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공식 착수한다고 밝혀 미 정국이 메가톤급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말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에서 차기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물론 미 의회의 의석 분포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지만, 내년 대선 정국과 맞물린 정치적 대충돌로 미국이 극단적 분열의 갈등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리더십의 불안정으로 미중 무역 전쟁, 중동 위기, 북핵 협상 등 산적한 대외 현안도 영향을 받아 글로벌 차원의 불확실성도 커지게 됐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취해온 행동은 심각하게 헌법을 위반해 왔다”면서 “나는 오늘 하원이 공식적인 탄핵 조사를 추진한다는 것을 발표하며 6개의 상임위가 관련 조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근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대통령 취임 선서 배신, 국가안보 배신, 우리 선거의 진실성에 대한 배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라며 “대통령은 책임을 져야만 한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간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돼온 탄핵론에 대해 역풍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지만, 우크라이나 의혹이 불거진 후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마저 탄핵 찬성으로 기울자 탄핵 착수로 전격적 선회를 하게 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비공개 의원 모임에서 “쇠가 뜨거울 때 쳐야만 한다”며 결의를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내년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에 대해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는 내부 고발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불거졌다. 이후 미국 국가정보국이 내부 고발장의 의회 제출을 막으면서 갈등이 증폭돼 민주당 내에서 탄핵론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 녹취록 공개를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민주당의 탄핵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실제로 25일 백악관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 요약본에는 ‘바이든 부자’ 조사를 요청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의 아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검찰의) 기소를 중단시켰다는 것인데,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해 파악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당신이 법무장관과 함께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할 것” “바이든은 기소를 막았다고 자랑하며 돌아다녔다. 당신이 그걸 조사할 수만 있다면... 내겐 끔찍하게 들린다” 등의 발언도 담겼다. 바이든 의혹 조사를 요청하면서 “(미국에) 호의를 보여 달라”고 표현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 “우크라이나에도 매우, 매우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순순히 조사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AFP통신은 “통화 녹취록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도자에게 바이든 조사를 요청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고 전했고,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바이든 조사를 반복해서 재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것도 아닌 통화였고, 압박도 없었다”면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역사상 최고의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탄핵 착수 소식이 나온 24일에도 그는 트위터에 “유엔에서 이렇게 중요한 날, 많은 업적과 많은 성공이 이뤄졌다. 민주당은 더 많은 마녀사냥 쓰레기 긴급뉴스로 그것을 고의로 망치고 손상시켜야만 했다. 나라를 위해 너무 나쁘다”는 글을 올리며 즉각 반발했다. 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통화해 내부고발 무마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착수는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로 1998년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이후 21년 만에 다시 탄핵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은 법사위 등 6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의혹뿐만 아니라 그간 제기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탈세, 부당 이익 혐의 등을 전면 조사한 뒤 탄핵소추안(탄핵안) 의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펠로시 의장은 의원 모임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시간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하원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돼 상원이 탄핵 심판 절차를 밟게 되더라도 상원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탄핵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탄핵 추진 과정이 대선 정국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극단적 대립은 불가피하게 됐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루비콘 강을 건넜다’거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등 원하는 비유를 사용하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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