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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TMI와 삶의 주인 되기

입력
2019.08.2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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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지하철 의자에 앉자마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마자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꺼내든다. 내 시간의 주인은 과연 나인가 아니면 휴대폰인가. ©게티이미지뱅크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지하철 의자에 앉자마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마자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꺼내든다. 내 시간의 주인은 과연 나인가 아니면 휴대폰인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신조어 TMI가 사람들 입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라는 뜻의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이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하면서 우리는 정보의 바닷속에 살고 있다. 몰라도 될 쓸데없는 정보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것에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정보의 홍수는 가공한 위력으로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과 생각을 빼앗아 가 버린다.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시간과 생각을 어디에 투입할지를 결정하는 주체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우리의 시간과 생각을 차지하기 위해서 온갖 메시지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정보사회는 그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편리함 때문에 바보상자라 불렸던 텔레비전 시대보다 사람들을 더 어리석은 바보로 만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의 주변 일상을 둘러 보자.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지하철 의자에 앉자마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마자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꺼내든다.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수많은 뉴스 중에 실제로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이 얼마나 되는가. 선정적인 기사 제목에 낚여 다 읽고 나서 허탈한 웃음을 지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시간의 주인은 과연 나인가 아니면 휴대폰인가. 심각한 의문이 들 정도다.

살다 보면 생각이 바삐 돌아가야 할 때도 있지만 그냥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멍 때릴 때도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품어본 적도 있다. 텔레비전 뉴스든 신문 뉴스든 일정한 수준의 보도 가치를 넘는 기삿거리만 보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누가 보도 가치를 정하고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라는 난해한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텔레비전 뉴스시간은 불규칙적이고 신문의 지면 수도 매일 달라져야 한다. 비록 현실성은 없지만, 중요하지 않은 정보로부터 사람들의 소중한 생각과 시간을 지켜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해 볼 만한 발칙한 발상 아닌가.

최근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국민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량생산사회에서 소비자들은 자칫 수동적인 구매자로 머무르기 쉽다. 그런 소비자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구매활동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결합시켜 그 방향으로 세상을 바꿔 나가려는 작은 노력이 불매운동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재배한 커피를 사용하는 다국적기업의 커피는 사 먹지 않는 것이다.

G7 정상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은 아마존의 산불 진압과 재건 노력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기후변화문제(climate change)에 대한 논의가 빠지지 않은 것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주요 언론 매체를 들여다 보면 기후변화문제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만큼 기후변화문제가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바다에 가면 일렁거리는 파도만 보일 뿐이지만 바다 저 깊은 밑바닥에는 큰 물줄기가 도도히, 유유히 흐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동체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 그리고 미래의 우리 자녀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큰 물줄기’들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저출산, 미세먼지 문제는 분명 순위 안에 들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 깨어 있는 시민이 되어 파도의 포말처럼 금세 사라져 버릴, 가치 없는 사소한 정보들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진짜 중요한 어젠다들에 관한 정보를 찾아서 공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김희관 변호사ㆍ전 법무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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