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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단짝이자 아이폰 디자이너’ 아이브 애플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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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단짝이자 아이폰 디자이너’ 아이브 애플 떠난다

입력
2019.06.28 18:01
수정
2019.06.29 11:3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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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조너선 아이브 수석부사장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08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조너선 아이브 수석부사장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년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독선주의자로 유명했다. 괴팍하고 직설적인 성격 탓에 회사를 떠난 직원들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단짝은 있었다. 잡스는 이 단짝과 함께 15년 가까이 매일 산책을 하면서 ‘1급 비밀’인 제품 아이디어까지 공유했다. 지독한 비밀주의자로 정평이 난 잡스에겐 파격에 가까웠다. 잡스의 분신으로 여겨졌던 조너선 아이브(52)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얘기다. 그랬던 아이브가 약 28년 만에 애플을 떠난다.

28일 애플에 따르면 아이브는 올해 하반기 그의 오랜 동료인 마크 뉴슨과 함께 ‘러브프롬’이란 독립 디자인 업체를 설립할 계획이다. 애플도 이 신설법인의 주요 고객이 될 예정이다. 아이브는 “나는 이제 더 이상 (애플의) 직원이 아닐 테지만 여전히 (애플에) 깊이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브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살아 있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다. 아이맥 시리즈부터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등을 포함해 애플의 숱한 히트작들이 모두 그의 손에서 그려졌다. 아이브가 애플의 ‘심장’에 비유된 이유다. 잡스가 생전에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브 대해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배경이다.

영국 태생인 아이브의 디자인 재능은 지역 대학에서 은세공을 가르쳤던 아버지로부터 잉태됐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덕분에) 손으로 만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이해했어요. 진짜 중요한 건, 그것에 들어간 정성이란 사실도 깨달았죠. 어떤 제품에서 소홀함이 느껴지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잡스 자서전에 전해진 내용에선 ‘내면 속 아름다움’을 우선시한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묻어났다.

1992년 애플에 입사한 아이브의 능력은 잡스와 만나면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경영권 다툼 여파로 회사에서 밀려났던 잡스는 1997년 복귀하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숨겨진 디자인 재능을 지녔던 아이브에게 애플의 산업디자인 수석부사장을 맡겼다. 아이브을 중심으로 한 애플의 산업디자인(ID)팀은 잡스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의 최종 결정권까지 행사했다. 이는 엔지니어가 기기를 설계하면 디자이너는 외형을 구상해왔던 기존 관례에선 완전히 벗어난 형식이었다. 이런 역발상 덕분에 아이폰 등을 포함한 애플의 간판제품도 탄생했다는 게 IT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아이브의 애플 퇴사 소식을 접한 직후 "각 제품들은 디자인에 새로운 기준을 세웠고 경쟁사들은 이를 모방하기에 바빴다"고 아이브를 치켜 세웠다.

아이브가 애플을 떠날 것이란 소식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애플의 이날 주가는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시간 외 거래에서 1% 하락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브는 디자인 업계에서 빼어난 인물이며 애플의 부활에 기여한 그의 역할은 결코 과장될 수 없다"며 "획기적인 1998년의 아이맥부터 아이폰, 그리고 애플 파크에 담긴 전인미답의 야심에 이르기까지 그는 너무도 많은 에너지와 관심을 쏟아 부었다"고 기억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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