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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젖먹이 6일이나 집에 방치한 채...밖에서 엄마는 술 마시고 아빠는 게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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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젖먹이 6일이나 집에 방치한 채...밖에서 엄마는 술 마시고 아빠는 게임했다

입력
2019.06.09 12:10
수정
2019.06.09 21: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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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7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아버지 A(왼쪽)씨와 어머니 B양이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미추홀경찰서를 나와 인천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7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아버지 A(왼쪽)씨와 어머니 B양이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미추홀경찰서를 나와 인천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지 수일 만에 발견된 생후 7개월 된 여자아이가 사망 전후 엿새간 혼자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딸이 숨지기 전날까지 돌봤다고 거짓말을 한 어린 부모는 딸을 집에 혼자 두고 밖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면서 지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 45분쯤 인천 부평구 한 아파트에서 종이상자에 담겨 숨진 채 외할아버지에게 발견된 A(1)양은 지난달 25~31일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A양의 어머니 B(18)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7시쯤 집에 딸을 혼자 두고 외출해 같은 달 30일까지 귀가하지 않았다. 아내보다 하루 먼저 집을 나간 A양 아버지 C(21)씨도 외출한지 일주일만인 지난달 31일 오후 4시 15분쯤 집에 들어갔다 숨진 딸을 발견했다. B씨도 같은 날 오후 10시쯤 귀가해 딸이 숨진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들 부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양은 지난달 25일 오전부터 아무 것도 먹거나 마시지 못한 채 생후 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5년된 몰티즈 등 개 2마리와 함께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A양의 손과 발, 머리에선 개가 할퀴면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긁힌 상처도 발견됐다. A양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구두 소견에서 “위와 소장, 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었다”며 “다만 피하지방 등을 볼 때 아사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A양은 지난달 23일에도 하루 가량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7시 15분쯤 남편과 심하게 다투고 집을 나갔고 C씨도 오후 8시쯤 딸을 집에 두고 외출했다. 이들은 다음날 오후가 돼서야 집에 들어왔다.

B씨와 C씨는 딸이 숨진 사실을 알게 된 다음날인 이달 1일부터 모텔에서 함께 머물렀다. 이들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딸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상대방이) 딸을 돌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B양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술자리 사진. SNS 캡처
B양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술자리 사진. SNS 캡처

A양이 방치된 사이 B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셨고 C씨도 술을 먹거나 게임을 했다. B양은 술자리 사진을 지난달 24~28일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B씨는 딸이 사망한 사실을 안 지난달 31일에는 SNS에 3일 연속으로 “X같은 일들만 일어나는 고만”이라며 욕설을 썼다. 지난달 15일엔 “애까지 낳았는데도 과거처럼 바람 피고 싶으냐”며 남편을 욕하는 글도 올렸다.

B씨 부부는 앞서 이달 1일 참고인 신분으로 받은 첫 조사에선 “지난달 31일 오전 11시쯤 집에서 일어나 보니 딸이 숨져 있었다”며 “전날(지난달 30일) 오후에 딸을 재우고 마트에 갔다 오니 딸 몸에 집에서 키우는 개가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주고 분유를 먹여 재웠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경찰은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주변인 조사를 통해 B씨 부부 진술이 틀린 사실을 확인하고 추궁하면서 결국 자백까지 받아냈다. B씨 부부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이달 7일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수시로 부부싸움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A양의 정확한 사인은 국과수의 정밀 부검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지만 반려견에 의해 쇼크사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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