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 등을 다루는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최종 선고 시점이 이달을 넘겨 사실상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대법원은 20일 전원합의 기일을 잡아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 박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사건의 속행기일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속행기일이란 선고를 하지 않고 심리를 계속한다는 의미다. 6월에 심리가 열리면 올해 2월 대법원이 이들 사건을 한데 묶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결정한 이후 6번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도 추가 심리를 이어간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여러 차례 심리를 진행하고 있어, 상반기 내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후계 구도와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길어지면서, 삼성이 관련된 뇌물 혐의에 대해 판단할 부분이 남아 있어 선고가 늦춰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원이 이달 말 속행기일을 지정함에 따라 국정농단 사건 선고가 상반기 내에 이뤄지기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내규상 20일 속행기일 후에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달 중 선고기일을 지정할 수도 있으나 판결문 작성 등 작업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고심의 최대 쟁점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1ㆍ2심에서 판단이 엇갈린 삼성 관련 뇌물 부분이다.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구입한 비용(34억원)을 뇌물로 봤지만, 이 부회장 2심은 이를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급심 판단이 달랐던 만큼 대법원에서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의 고의적 회계분식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현안이 실재로 존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점도 대법원 선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다”고 본 이 부회장 2심의 판단과 다른 결론이 대법원에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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