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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설마 큰 배가 들이받을까 했는데 부딪혀” 7초만에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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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설마 큰 배가 들이받을까 했는데 부딪혀” 7초만에 침몰

입력
2019.05.30 18:08
수정
2019.05.3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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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투어 끝무렵 5배 큰 크루즈가 추돌… 급류 휘말려 순식간에 가라앉아

생존자 “구명튜브 잡은 사람만 구조… 가해선박, 구호 않고 운항” 분통

손써 볼 겨를도 없었던 참사였다.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승객 33명을 태우고 출항했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이날 오후 9시 5분쯤 뒤에서 따라오던 대형 유람선 ‘바이킹 시귄호’에 들이받힌 뒤 7초 만에 침몰했다. 상당수 탑승객들이 배 밖으로 떨어져 강물에 떠내려갔지만, 빠른 물살 탓에 주변 다른 선박 탑승객들은 발만 굴러야 했다.

헝가리 MTI통신 등에 따르면 아드리안 팔 경찰 대변인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초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인 승객들의 관광을 알선한 ‘참좋은여행사’ 측에 따르면 구조된 7명 중 한 명인 안모(60)씨는 1시간가량 걸리는 야경 투어를 마치고 선착장 입항을 몇 분 남겨둔 상황에서 갓 출발한 대형 크루즈선이 허블레아니호 후미를 추돌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생존자 정모(31)씨도 “큰 유람선이 접근해오는 걸 봤지만 우리 배를 들이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현지 인터넷 매체 인덱스는 “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대형 크루즈선에 들이받힌 작은 유람선이 급류에 휘말린 듯 빠르게 가라앉았다”는 목격자의 전언을 실었다. 허블레아니호가 7초 만에 침몰한 것은 뒤에서 추돌한 바이킹 시귄호가 훨씬 큰 규모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킹 시귄호의 길이는 135m로 27m의 소형 선박인 허블레아니호 보다 5배나 더 길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 당시 영상이 현지 경찰에 의해 공개됐다. 사고 영상을 보면 대형 유람선 '바이킹 시귄호'(오른쪽)가 사고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후미를 뒤에서 추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 당시 영상이 현지 경찰에 의해 공개됐다. 사고 영상을 보면 대형 유람선 '바이킹 시귄호'(오른쪽)가 사고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후미를 뒤에서 추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현지 경찰이 이날 공개한 사고 당시 영상에도 추돌 장면이 고스란이 담겼다. 아드리안 팔 경찰 대변인은 “허블레아니와 바이킹 시귄이 같이 이동하면서 추돌한 지 약 7초 후에 허블레아니가 측면으로 돌면서 침몰했다”고 밝혔다. 졸트 가보르 팔로타이 구조대장은 “영상 분석 결과 나란히 북쪽으로 가던 허블레아니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바이킹 시귄 앞에서 방향을 틀었고, 바이킹이 허블레아니에 충돌했다”고 밝혔다.

사고 뒤 바이킹 시귄호는 머르기트 다리에서 멀지 않은 카를 루츠 부두에 정박했으며, 경찰들이 이날 새벽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이 선박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있는 바이킹 시귄호 선박 표면에 벗겨진 파손 흔적이 보인다는 설명과 함께 해당 사진을 보도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헝가리 유람선 사고 상황.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헝가리 유람선 사고 상황. 강준구 기자

경찰이 정확한 추돌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일단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는 등 기상이 좋지 않아 시야가 나빴던 것이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지에선 이달 들어 비가 많이 내려 다뉴브강의 수위가 평소보다 훨씬 높아졌고 특히 사고 당일에는 오후부터 거센 바람에 폭우가 쏟아졌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여행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다뉴브강의 수위가 조금만 더 높아져도 운항을 못 할 상황이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선박 운항을 중단해야 할 날씨였다는 것이다. 국영 M1방송은 “강물이 불어난 상황에서 강 곳곳에 소용돌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추돌 뒤 물에 빠진 탑승객들은 손써볼 겨를도 없이 급류에 휩쓸려 내려갔고 특히 사고 후 별다른 구조 체계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씨는 “주변의 다른 유람선 선원의 손을 간신히 붙잡았지만 버티지 못하고 결국 떠내려갔다”면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떠내려온 큰 물병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존자 윤모(32)씨는 “구조대는 나처럼 어디선가 떨어진 구명튜브를 잡은 사람들이나 다른 유람선에서 붙잡고 있었던 사람을 건져내기만 했을 뿐”이라며 “그렇게 많은 관광객이 야간 유람선을 타는데 사고 대응체계는 없었고 가해 선박도 별다른 구호 노력 없이 그대로 운항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배에 탑승해 있던 한 목격자도 “허블레아니호 승객들이 둥둥 떠내려갔다”면서 “비가 많이 와서 구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다뉴브강에서 다른 유람선에 탑승해 있던 한 한국인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밤 9시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참좋은여행사 유람선 관광에서 배 전복 사고가 났다”며 “(나는) 다른 배를 탔었는데 앞에서 모든 배가 다 멈춰 서서 (사람들이) 웅성웅성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비가 많이 오는 데다 유속도 빨랐다”며 “여기는 안전불감증 때문인지 탑승객들 구명조끼도 안 씌워줘서 인솔자 말로는 인명 피해가 클 것이라고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영빈 기자, 윤한슬 기자, 김동욱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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