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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현장] “내가 스포를 하다니!”, 봉준호 자책에 웃음 터진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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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현장] “내가 스포를 하다니!”, 봉준호 자책에 웃음 터진 시사회

입력
2019.05.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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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베일을 벗었다. 한국일보 DB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베일을 벗었다. 한국일보 DB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늘(28일) 언론에 공개됐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신선한 발상, 스릴과 코믹이 적절히 버무려진 기막힌 스토리가 또 한 번 봉 감독의 진화를 알렸다. "스포일러 금지"를 당부하던 봉 감독도 반가운 국내 취재진들 앞에서 흥분했다. 작품에 대한 작은 스포일러를 한 뒤, 심하게 자책하는 모습에 현장은 큰 웃음으로 물들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에 쏠린 관심은 뜨거웠다. 이날 역대급 언론배급시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이들이 현장을 찾았다. 기자간담회 때는 관계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큰 관을 꽉 채우고도 좌석이 부족해 서있는 이들이 많았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의 스토리가 알려지는 것을 주의해달라고 수차례 당부한 바 있다. 앞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만나게 될 관객들을 위해서였다. 칸에서도 공식 상영을 앞두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분께서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쓰실 때, 그간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손수 글을 남긴 바 있다.

공개된 영화는 예상대로 유쾌했고, 때론 긴장감 넘쳤으며, 한숨이 나오고 슬프기도 했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131분의 시간에 꽉꽉 눌러 담았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가난한 자와 부자, 우리 주변에 있는, 굳이 양극화라는 경제 사회적인 단어를 동원하지 않아도 가난한 자와 부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리멸렬'과 그 이후 영화들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것이 부자와 가난한 자들을 학술적으로 분석하는 영화는 아니다. ('기생충'에는) 꿈과 희로애락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봉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자들을 떠나서 서로간의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의 존엄에 관한 것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 인간이 예의를 어느 정도 지키느냐에 따라 기생이 되는지, 공생이 되는지가 갈라지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 영화가 공개됐다. 한국일보 DB
봉준호 감독 영화가 공개됐다. 한국일보 DB

봉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출발점이 두 가족이다. 그는 "가난한 4인 가족과 부자 4인 가족이 기묘하게 섞이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게 최초의 출발점이다. 우리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가 가족이다. 다들 가정이 있고 가족이 있는데 삶의 형태가 다르다.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 가장 밀접한 드라마를 찍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을 지난 2013년 처음 구상했다고 한다. '설국열차' 후반작업을 할 때 봉 감독은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설국열차' 역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두 작품은 비슷한 선상에 있지만, '기생충'이 좀 더 일상적이고 현실에 가깝다.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 봉준호 감독은 지난 날을 회고하기도 했다. 12살 시절에 대해 언급한 그에게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정확히 말하면 중학생 때였는데 현장이 프랑스였기 때문에 그쪽 나이 계산법으로 했다. 중 1인데 그쪽 기준으로 12세"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중학교 때부터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서 당시 월간잡지들을 스크랩하면서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품었다. 나 말고도 그런 아이들은 많이 있었던 거 같고, 평범한 아이들 중에 하나였던 거 같다"며 "내 성격 자체가 집착이 강한 성격이다. 그 후에도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찍게 되고 이런 좋은 배우들을 만나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특히 봉 감독은 칸에서 '기생충'에 등장하는 부자 가족(이선균 조여정 부부)의 집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 집을 정말 잘 찾아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이 집은 모두 세트로 지어진 가상의 공간이다. 봉 감독은 내심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뿌듯했다고 회상하면서, 치밀하게 만들어진 세트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이 나서 설명하던 감독은 의도치 않게 영화의 내용을 언급하는 실수를 범했다. 아주 일부분이긴 했지만, 감독은 당황하면서 "이 부분은 기사에 쓰지 말아달라"고 즉시 당부했다.

끝인사로 봉준호 감독은 "칸은 과거가 됐다. 이제 한국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한 분 한 분의 생생한 소감이나 영화와 만남이 궁금하다. 가벼운 변장을 하고 일반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몰래 얘기도 들으며 같이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생생하게 영화를 보려면 미리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 게 좋다. 그런 나의 조바심과 불안감 때문에 주제 넘게 여러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렸는데, 잘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런데 내가 스스로 스포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관객들이 영화를 생생히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걷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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