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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생활비 준다더니”… 광주시, 청년수당 슬그머니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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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생활비 준다더니”… 광주시, 청년수당 슬그머니 없앴다

입력
2019.05.14 14:16
수정
2019.05.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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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는 지난해 4월~5월 “미취업 청년들에게 구직생활비를 주겠다”며 시내버스에 ‘광주청년드림수당 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래핑 광고를 냈다. 그러나 시는 올해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청년정책네트워크 제공
광주시는 지난해 4월~5월 “미취업 청년들에게 구직생활비를 주겠다”며 시내버스에 ‘광주청년드림수당 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래핑 광고를 냈다. 그러나 시는 올해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청년정책네트워크 제공

광주시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구직생활비를 주겠다”며 최대 240만원까지 지원하던 청년드림수당 지원을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취업난이 일상화한 시대에 ‘실업부조’로 정책 재구조화가 필요한 청년드림수당을 없앤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과 중복돼 어쩔 수 없다는 시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미취업 청년(만 19~34세) 1,100명에게 매달 40만원씩 6개월간 청년드림수당을 지급했다.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생활비 부담을 덜고 구직활동에도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는 올해 청년드림수당을 슬그머니 없앴다.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와 겹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3월 말부터 취업준비생(8만명)에게 매달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원금을 주고 있다. 언뜻 보면 시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자치단체와는 지원 대상이 중복되지 않도록 협의를 마쳤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졸업 또는 중퇴한 지 ‘2년 이내 청년을 대상으로, 자치단체는 ‘2년이 경과’한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하도록 역할을 나눴다. 광주시와 달리 전남도가 올해 미취업 청년 830명에게 매월 50만원씩 6개월간 청년구직활동 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 정책과 중복돼 청년드림수당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는 시의 주장이 군색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청년드림수당 사업 취소 배경을 일자리 중심으로 개편된 민선 7기 시정운영체계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가 올해 광주청년일경험드림사업 예산으로 책정한 금액은 93억원으로 지난해 65억원보다 무려 28억원이 늘었다. 이는 지난해 청년드림수당 예산(30억원)에 버금가는 액수다. 이를 두고 청년단체들은 올해 시가 청년드림수당으로 책정됐어야 할 예산을 일경험드림사업 쪽으로 넘긴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청년들 사이에선 “이 시장이 일자리정책에 치중한 탓에 청년복지정책은 바닥을 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시 관계자도 “고용노동부가 청년구직지원사업을 하기 때문에 광주시는 다른 청년정책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청년드림수당 예산을 없애고 일경험드림사업에 예산을 더 투입했다”고 시인했다.

지난해 청년드림수당 사업 시행을 둘러싸고 지역 청년단체들이 시와 갈등 관계를 보여왔다는 점도 사업 취소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조심스런 해석도 나온다. 당초 청년드림수당은 시가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지역 청년단체의 적극적인 요구를 반영해 도입했다. 하지만 시가 지난해 5월 이 사업을 민간위탁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미리 모집 광고를 내고 위탁사업자 선정도 없이 지원자부터 모집하면서 청년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청년정책네트워크(청년넷)는 “청년드림수당 사업을 시행하는 광주시가 청년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고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시의 사과와 함께 관련자 문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시와 청년단체들간 불편한 관계는 한 동안 계속됐다.

이에 시는 “청년들에게 수당을 대가 없이 퍼주기 식으로 주는 게 맞느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었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청년넷 측은 지난 8일 시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토론하는 온라인 민주주의 플랫폼 ‘바로소통 광주’에 청년드림수당 부활을 위한 토론을 제안했다. 청년넷 관계자는 “시가 청년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청년정책의 핵심인 청년드림수당을 왜 갑자기 없앴는지 의문이 여전하다”며 “청년드림수당은 보편적 복지 개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미 ‘한국형 실업부조’로 발전한 만큼 청년보장제도로서 이행하는데 정책적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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