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라면만 먹는 박병구 할아버지와 인연… 1994년부터 900박스 전달
![48년간 라면만 드신 박병구 할아버지가 농심의 ‘안성탕면’을 끓이는 모습. 농심 제공](http://newsimg.hankookilbo.com/2019/05/07/201905071419014220_4.jpg)
48년간 하루 세끼를 라면만 먹어 화제가 됐던 박병구(91) 할아버지가 특별한 어버이날을 맞았다.
7일 농심에 따르면 정효진 농심 춘천지점 지점장 등 직원들은 지난3일 강원 화천군에 거주하는 박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해 할아버지가 30여년 간 드시는 ‘안성탕면’과 꽃다발을 전달하며 어버이날을 축하했다. 할아버지와 농심은 지난 1994년 할아버지가 삼시세끼 라면만 먹는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후 농심은 26년쨰 안성탕면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라면을 처음 접한 건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먹던 음식을 모두 토해버리게 됐다. 주변에서 좋은 음식과 약을 권유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병원을 찾은 할아버지는 의사로부터 ‘장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장의 통로가 좁아져 음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형편 속에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음식을 넘기기는 힘들었다.
아무것도 먹지를 못한 상황에서 날로 기력이 쇠해졌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늦장가로 본 세 아이를 비롯해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며 라면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누군가가 ‘라면을 먹으면 속이 확 풀어진다’는 말에 라면을 찾은 할아버지는 뜻밖에 편안함을 느꼈다고.
![박병구 할아버지는 지난 30여년간 매일 삼시세끼로 ‘안성탕면’을 드셨다. 농심 제공](http://newsimg.hankookilbo.com/2019/05/07/201905071419014220_5.jpg)
![박병구 할아버지는 지난 30여년간 매일 삼시세끼로 ‘안성탕면’을 드셨다. 농심 제공](http://newsimg.hankookilbo.com/2019/05/07/201905071419014220_6.jpg)
할아버지의 ‘라면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는 농심 ‘소고기라면’을 시작으로 ‘해피라면’을 먹다가 83년 출시한 안성탕면으로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언제부터 안성탕면을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농심은 “해피라면이 90년대 초반에 단종되었다는 점에 미루어 볼 때 적어도 30년 이상을 안성탕면만 먹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 뒤부터 농심은 할아버지에게 안성탕면을 무상제공하기로 약속했고, 26년간 총 900박스를 제공했다. 강한솔 농심 춘천지점 대리는 3개월에 한 번씩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 안성탕면 9박스를 전해드린다. 강 대리는 “할아버지 댁을 방문할 때마다 손주처럼 반겨주신다”며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한 때는 한 끼에 두 봉지씩 안성탕면을 끓여 먹던 할아버지는 이제 라면 양도 한 개로 줄었다. 그나마도 농사 일에 바빠 빨리 먹으려고 면만 끓여 스프를 섞어 드시거나, 몇 년 전부터는 라면을 잘게 부순 뒤 끓여 숟가락만 이용해 드신다.
정효진 지점장은 “할아버지가 여전히 건강하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할아버지께 안성탕면을 제공해드리고 자주 찾아 뵐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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