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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정인사 탈락하자 비상걸린 환경부…“위원님, 난리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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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정인사 탈락하자 비상걸린 환경부…“위원님, 난리가 났습니다”

입력
2019.04.29 21:4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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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상임이사 면접을 하루 앞둔 지난해 7월 12일, 당시 환경공단 인재경영처장은 한 임추위 위원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위원님, 난리가 났습니다. 서류심사에 포함돼야 될 사람이 포함이 안 됐습니다. 환경부 환경경제정책관이 청와대까지 가서 잘못을 빌었다고 합니다.” 처장은 면접 당일인 다음날 임추위 홍모 위원장을 따로 불러 “청와대 추천 후보가 면접 대상에서 빠졌다”라며 “오늘 회의에서는 ‘적격자 없음’ 처리하고 재공모 하기로 환경부에서 결정된 것 같다”라고 했다. 처장이 안절부절 하지 못 한 건 이틀 전 청와대 ‘내정 인사’인 언론사 출신 박모씨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한 탓이었다.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로부터 제출 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박씨 탈락 다음날인 지난해 7월 11일 사태 해결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환경부 안병옥 차관에게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길래 청와대 추천 인사가 서류심사도 합격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냐”고 하면서 “합격자 중에는 A당 출신도 있다는데, 청와대 추천 인사가 A당 출신보다 못해서 떨어진 것인가”라고 노발대발 했다고 한다.

신 전 비서관의 분노는 ‘언동’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안 차관은 경질됐고 인사 업무를 담당하던 김모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은 재임 8개월 만에 4대강 조사평가단 팀장으로 좌천됐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장관은 “박씨를 임명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 한 황모 환경경제정책관을 초임 국장급이 부임하는 자리인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활용부장으로 전보 조치하도록 했다.

공소장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ㆍ상임감사ㆍ이사를 잔여 임기나 실적, 전문성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일괄 사표를 징구(徵求ㆍ돈, 곡식 따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함)했다고 명시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임원 직위 별로 청와대와 환경부 몫을 미리 정하기도 했다. 청와대 몫으로 지정된 환경공단 상임감사ㆍ경영기획본부장 등 5개 자리에 대해 김 전 장관이 ‘지분’을 요구하자 청와대가 이를 찍어 누르기도 했다.

인사가 주먹구구식으로 행해지다 보니 황당한 이가 후보에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 2017년 8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이사장을 뽑는 자리에 청와대 내정 후보가 지원서를 냈는데, 자기소개서에 “백두대간을 종주했고, 이와 관련 시를 쓰는 등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인식시켰다”고 썼다. 결국 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이 “서류 통과조차 어렵다”고 보고했지만 청와대는 “필요한 지원을 다 하라”며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같은 인사 찍어 누르기가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주재하고 신 전 비서관이 실무를 주관하는 ‘청와대 인사간담회’에서 논의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윗선’인 조 수석의 혐의를 끝내 공소장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검찰은 인사간담회 회의 관련 문건을 확보하기 위해 5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결국 검찰은 25일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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