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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 일본 욱일기 달고, ‘아싸’ 한국 독도함 빼고… 중국 관함식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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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 일본 욱일기 달고, ‘아싸’ 한국 독도함 빼고… 중국 관함식 삼국지

입력
2019.04.01 16:00
수정
2019.04.01 20: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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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3일 60여 개국 참가 관함식, 일본 함정 욱일기 단 채 파견키로

작년 제주 관함식에선 욱일기 논란 끝 일본 해군 불참과 대조적

지난해 10월 제주 해상에서 진행된 해군 관함식의 한 장면. 해군홈페이지
지난해 10월 제주 해상에서 진행된 해군 관함식의 한 장면. 해군홈페이지

이달 23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관함식에 일본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한다. 지난해 10월 제주 관함식 당시 욱일기를 떼라는 한국 측 요구에 일본이 끝내 불참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밀착하는 중일 양국과 달리, 한국은 호위함을 보내는 선에서 체면치레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전에는 이 행사에 아시아 최대 규모 강습 상륙함, 독도함(1만4,500톤)을 파견해 위용을 뽐냈지만 이번에는 격을 낮췄다.

외교 소식통은 1일 “중국 측은 현재까지 일본 함정에 해상자위대 깃발인 욱일기를 달아서는 안 된다는 식의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태극기를 단 한국과 욱일기를 내건 일본 함정을 나란히 배치해 한국에 망신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원칙을 중시하는 한국과 실용을 강조하는 중국의 상반된 접근법을 확인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뒤틀린 동북아, 처지 바뀐 한일

관함식은 각국의 최첨단 해군력을 견주는 자리다. 특히 통수권자의 해상 사열은 주최국과 정치적 유대를 확인하는 기회다. 자연히 국가간 친소관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우호적 관계일수록 규모가 크고 최신식 함정을 보낸다. 그 동안 중국 관함식에 한국은 단골손님, 일본은 찬밥신세였다. 한국은 2009년 중국 해군 창설 60주년 때 최정예 전력인 독도함과 강감찬함을 보내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2014년 4월 65주년 행사에는 세월호 참사로 막판 무산되긴 했지만 황기철 해군총장과 함정 2척이 참가를 확정 짓는 성의를 보였다.

반면 일본은 2009년 아예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4년에는 함정 대신 심포지엄에 참석할 대표단만 초청 받았다가 일본이 보이콧하면서 또다시 얼굴을 붉혔다. 당시 센카쿠열도(尖閣列島ㆍ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갈등이 고조된 탓이다. 이에 미국도 일본과의 공조차원에서 2014년 행사에 불참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부쩍 가까워진 일본은 일찌감치 의욕을 보이며 관함식에 투입할 전력을 저울질해왔다. 다른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통상 규모의 호위함을 파견할 가능성이 높지만, 막판에 전략적 판단으로 이즈모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즈모(2만7,000톤)는 항공모함급 호위함으로, 독도함과 달리 헬기를 상시 탑재해 띄울 수 있는 전투력을 갖췄다. 일본은 이즈모에서 수직 이착륙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 입장은 달라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이후 가뜩이나 한중 관계가 막혀있는데다, 지난해 제주 관함식 하루 전날 중국이 돌연 참석을 취소하며 재를 뿌린 탓이다. 당시 중국이 이지스구축함(7,600톤급)을 보낸다는 소식에 잔뜩 고무돼 있다가 헛물만 켠 셈이 됐다. 이에 정부는 중국에 어떤 함정을 보낼지 최종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 굴기 중국에 프랑스, 미국 호응할까

지난해 제주 관함식에는 12개국에서 함정 19척이 참가했다. 다만 중국, 일본을 포함해 일부 우방국들이 불참하면서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 항모 로널드 레이건(10만3,600톤)을 보낸 미국과 순양함을 보낸 러시아, 여기에 호주와 캐나다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독도함, 율곡이이함, 대구함 등 우리 해군이 직접 설계하고 건조한 함정들의 건재를 확인한 반면, 빈 자리를 메우느라 해경 선박과 해양대 실습선까지 동원될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관함식을 자신하고 있다.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60여 개국에서 해군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9년 관함식에 14개국에서 함정 21척만 참가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눈에 띄게 불었다.

동북아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최대 관심은 프랑스와 러시아다. 2009년 중국 관함식 때도 참가했던 양국 모두 항모 파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국빈방문을 통해 각별한 관계를 재확인했고, 러시아는 대미 공조와 북한을 고리로 엮인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다.

미국의 참가여부도 주목된다. 중국은 이번에 항모와 강습상륙함, 핵잠수함 등 첨단 전력을 대거 동원해 세를 과시할 전망이다. 따라서 대만해협 갈등 등으로 사이가 껄끄러운 미국이 전격 불참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10년 전 중국 관함식 때는 미사일구축함을 보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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