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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티켓 사기 뻔한 수법에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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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티켓 사기 뻔한 수법에도 속수무책

입력
2019.04.01 04:40
수정
2019.04.01 07: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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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김씨가 구매자 손모(25)씨에게 전송한 티켓 배송지 변경 인증샷. ‘수령인’에 손씨 이름, ‘배송지’에 손씨 거주지가 적혀 있지만 포토샵으로 위조한 이미지였다. 김씨는 조작한 이미지를 띄운 컴퓨터 화면을 다시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냈다. 손씨 제공
판매자 김씨가 구매자 손모(25)씨에게 전송한 티켓 배송지 변경 인증샷. ‘수령인’에 손씨 이름, ‘배송지’에 손씨 거주지가 적혀 있지만 포토샵으로 위조한 이미지였다. 김씨는 조작한 이미지를 띄운 컴퓨터 화면을 다시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냈다. 손씨 제공

회사원 손모(25)씨는 지난 2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유명 팝가수의 내한 공연 티켓을 양도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1주일 전쯤 예매에 실패한 바로 그 공연이었다. 시세보다 5만원 정도 저렴한 데다 좌석 위치까지 마음에 들었다.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부랴부랴 연락하자 판매자 김모씨가 “입금 전 미리 티켓 배송지 변경이 필요하다”며 주소를 요구했다. 손씨가 주소를 보내자 곧 이름에 배송지까지 입력된 인터넷 예매창 화면 사진이 휴대폰으로 전송됐다. 이에 손씨는 주저 없이 티켓 2장 가격인 30만원을 김씨의 카카오뱅크 계좌로 송금했다.

손씨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은 보름쯤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꾼 김OO을 조심하세요’란 글을 발견하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김씨는 카카오톡 아이디까지 삭제하고 자취를 감췄다. 짧은 기간에 한탕을 노린 전문 티켓 사기였다. 올해 1월부터 아이돌 콘서트는 물론 뮤지컬, 트로트 공연 등의 티켓을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 동시다발적으로 허위 매물을 올려대던 김씨에게 당한 피해자들만 50명에 육박했다. 알음알음 모여든 피해자 카톡방에서 확인한 피해금액만 1,000만원을 넘었다.

인터넷 티켓 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법이 정교하지는 않지만 예매에 실패한 구매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교묘히 파고드는 데다 피해액 환수도 어렵다는 게 문제다.

수법은 간단하다. 김씨처럼 티켓 사기범들은 예매창을 포토샵으로 조작한 뒤 의심을 살까 봐 위조한 이미지를 띄운 컴퓨터 화면을 다시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보낸다. 연락 수단으로 이용한 카카오톡 대화명은 ‘OO아빠’ ‘OO맘’ 등으로 설정해 구매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다른 이들의 가족 사진을 버젓이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고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으로 송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9일 인터넷 거래 사기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 '더치트'에 김씨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입력하자 10여 건의 피해 정보가 등록돼 있었다. 사기에 사용한 계좌와 전화번호가 여러 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9일 인터넷 거래 사기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 '더치트'에 김씨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입력하자 10여 건의 피해 정보가 등록돼 있었다. 사기에 사용한 계좌와 전화번호가 여러 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티켓은 여느 중고물품 거래와 달리 ‘실물’ 없이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사기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보통 공연 예매가 2, 3개월 전에 진행되고 실물 티켓은 공연 1주일 전 배송된다. 실물 티켓 직거래는 시간이 촉박해 판매자는 배송지를 구매자 주소로 변경하고, 이를 ‘인증’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예매창을 조작해 사진을 찍어 보내면 개별 구매자로서는 진위 확인이 어렵다. 치열한 예매전쟁에서 실패해 간절함이 극에 달해 있을 때라면 더욱 그렇다.

소액 사기라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보이스피싱이나 대출사기의 경우 피해를 입은 즉시 금융기관에 알려 상대방의 계좌에 지급 정지를 할 수 있다. 반면 인터넷 거래 사기는 지급 정지가 극히 드물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금융기관에 공식 요청을 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최대한 빠르게 범인을 검거해도 사법적으로는 형사책임만 물을 수 있다. 피해액을 환수하기 위해선 지난한 민사소송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당부한다. 김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부천소사경찰서 사이버팀 문영호 수사관은 “인터넷 거래 시엔 반드시 게시글 작성자와 계좌 명의자가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며 “입금할 계좌를 미리 사기 이력 조회가 가능한 ‘더치트’나 ‘사이버안전국’에서 검색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문 수사관은 특히 “여성 피해자의 경우 ‘프로필 사진을 보니 마음이 든다, 직접 만나러 오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회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2차 피해를 우려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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