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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중국 남아선호 노인부양 소재 현실주의 드라마에 열광

입력
2019.03.31 16:00
수정
2019.03.31 17:5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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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기 드라마 '다 좋다(都挺好)' 포스터. 바이두
중국 인기 드라마 '다 좋다(都挺好)' 포스터. 바이두

“다 좋다(都挺好).”

지난달 25일 종영한 중국 드라마 제목이다. 전국 평균 시청률 1%만 넘어도 대박으로 치는 중국에서 2% 안팎을 넘나들며 연일 14억 중국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3월 한달 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 28억회, 텐센트 영상으로는 43억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이라는 성급한 찬사마저 나올 정도다.

미국 유학파 큰 아들과 부모와 함께 사는 작은 아들, 똑 부러지게 사회생활을 하는 막내 딸. ‘다 좋은 듯’ 보이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지만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일상의 평온이 깨지고 유약한 아버지와 세 남매만 남았다.

한 꺼풀 들춰보니 온통 곪은 상처투성이였다. 여동생은 두 오빠에 치여 평생 응어리가 맺혔고, 작은 아들은 부모에 얹혀 사는 천덕꾸러기에 불과했다. 뒤늦게 돌아온 나약한 장남은 홀로 남은 아버지가 버거운 부담일 뿐이다.

남아선호, 캥거루족, 노인부양. 드라마는 중국 가정의 3가지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 누구나 공감하지만 선뜻 내보이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다. 이를 두고 평론가들은 ‘도시 리얼리즘’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개혁ㆍ개방을 선전하거나, 영웅담으로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봉건사회의 가족윤리를 강조해온 중국 드라마의 통속적인 히트 공식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현실은 어떨까. 중국은 지난해 기준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수)가 104.64에 달해 불균형이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3,000만명이나 많다. 성비가 100.5인 한국과도 차이가 크다.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없앴지만 지난 30여년간 워낙 엄격히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면서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깊게 남아있는 탓이다.

“부모님께 웃음을 드린 건 나밖에 없잖아.” 형은 해외로 나가 10년간 코빼기도 안 비치고, 동생은 집을 떠나 남남처럼 지내는 상황에서 부모 집에 눌러 앉은 둘째 아들의 항변이다. ‘효(孝)’의 개념이 바뀐 셈이다. 상당수 젊은 시청자들이 이 대목에서 열광했다고 한다. 빠듯한 월급으로는 도시에서 독립해 생활하기 여의치 않은 탓이다.

반면 노인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는 2억5,000만명으로, 6명 중 1명꼴로 부양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60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15세 이하 인구를 넘어선 상태다. 30년 후에는 3명 중 1명 꼴로 늘어날 전망이다. “부유하게 살기는커녕 그 전에 늙고 있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드라마에 투영된 중국 사회의 문제가 부각되자 “10년이 지난 원작소설로 장난치고 있다”며 반박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시청률을 높이려 남성의 역할을 왜곡하고 주인공의 캐릭터를 과장해 극의 전개가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다 좋다’고 외쳐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중국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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