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일본 아이돌이 한국 연습생으로… K팝에 무슨 일이

알림

일본 아이돌이 한국 연습생으로… K팝에 무슨 일이

입력
2019.03.11 16:56
수정
2019.03.11 18:26
0 0

일본 인기그룹 AKB48 출신 쥬리ㆍ미유 한국 기획사와 계약

‘경력 가수’ 한국서 다시 데뷔 새 흐름

K팝 위상 높아진 결과… 해외 인재들의 인식 변화

J팝 시장 K팝 역수입 적극적… 박진영 일본서 신인 그룹 제작

일본 인기그룹 AKB48 출신 다카하시 쥬리(왼쪽부터)와 같은 그룹 멤버였던 다케우치 미유는 한국에서 K팝 가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패션 모델 출신 유키카는 지난달 한국어 노래 '네온'을 내고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CJ ENM 등 제공
일본 인기그룹 AKB48 출신 다카하시 쥬리(왼쪽부터)와 같은 그룹 멤버였던 다케우치 미유는 한국에서 K팝 가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패션 모델 출신 유키카는 지난달 한국어 노래 '네온'을 내고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CJ ENM 등 제공

“한국의 울림엔터테인먼트(울림)에서 한 번 더 데뷔합니다.” 지난 4일 일본 도쿄 AKB48극장에서 열린 그룹 AKB48의 팬미팅 자리. 멤버인 다카하시 쥬리가 “AKB48 졸업”과 함께 한국에서 신인 데뷔 계획을 발표하자 행사장엔 갑자기 적막이 흘렀다. 주리가 팀의 주요 멤버였기 때문에 팬들의 놀라움은 더했다.

◇"도전할 수 있는 한국으로" 일본 아이돌의 깜짝 선언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그룹 중 하나인 AKB48에서 쥬리는 지난해 그룹 총선거(팬 인기투표)에서 12위를 차지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여자친구나 트와이스 멤버가 그룹 활동을 중단하고 일본에서 신인 그룹으로 데뷔한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현지 팬들에겐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쥬리는 “꿈의 선택지가 늘어났다”며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곳에 가려 한다”고 한국 데뷔 이유를 직접 밝혔다. 안주 대신 도전을 택하겠다는 메시지였다. AKB48 출신이 한국으로 건너와 K팝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 AKB48 활동 8년째인 쥬리는 4~5월쯤 팀 활동을 마친 뒤 울림에서 연습생이 돼 데뷔를 준비한다.

일본에서 주목 받은 아이돌 그룹 멤버가 한국에서 새롭게 데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쥬리와 같은 AKB48 멤버였던 다케우치 미유는 최근 가수 윤종신 등이 속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 중이다. 한국 가요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미유는 K팝 아이돌그룹 멤버를 꿈꾸며 춤과 노래 연습에 한창이다. K팝 스타가 되기 위해 중국 등에서 온 가수 꿈나무가 아닌, 일본 아이돌로 활동한 ‘경력 가수’들이 한국으로 건너와 새로운 데뷔를 준비하기는 이례적이다. 해외에서 춤과 노래 실력을 인정 받은 이들이 ‘K팝 드림’을 좇아 한국행을 택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 불리는 J팝 시장을 뛰어 넘어 K팝을 발판 삼아 더 큰 무대로 발돋움하려는 열도 인재들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혐한 장애물 넘을 수 있는 도약대 역할

쥬리 등이 속한 한국 회사는 SMㆍJYPㆍYG엔터테인먼트 같은 이른바 3대 가요 기획사가 아니다. 일본인 아이돌이 언어와 문화가 낯선 한국 회사에 둥지를 트는 모험을 감수하는 모습은 K팝의 높아진 위상을 방증한다. 1990년대 J팝을 일방적으로 수입하던 한국이 21세기 들어 K팝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영향력을 넓힌 데 따른 변화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일본 아이돌의 한국에서의 새 데뷔는 분점(일본)에서 본점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변화”라며 “다문화 특성이 강한 K팝의 용광로적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의미를 뒀다.

쥬리와 미유는 지난해 케이블채널 Mnet 한일 합작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도 출연했다. 프로그램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리와 미유는 ‘프로듀스48’을 통해 K팝 시스템 및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한 뒤 한국 활동에 대한 욕심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2006년 일본에서 패션모델로 데뷔한 유키카도 지난달 한국어 노래 ‘네온’을 발표하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키카의 소속사인 에스티메이트 이대현 이사는 “유키카가 어려서부터 K팝을 좋아해 한국에 대한 동경이 컸다”고 말했다. 한국 가요기획사들은 일본 아이돌을 포함한 K팝 그룹 배출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일본 아이돌을 앞세운 현지 활동이 ‘혐한’의 장애물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도약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 멤버 3명을 내세워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트와이스가 대표적 사례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AKB48 출신에 대한 일본의 우호적인 시선과 K팝 그룹이란 새로움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지난달 일본에서 현지 그룹 제작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지난달 일본에서 현지 그룹 제작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K팝 훈련 시스템 접목한 J팝

J팝 시장의 K팝 시스템 도입도 활발하다. 일본 소니뮤직은 JYP와 손잡고 현지에서 활동할 여성 그룹 기획에 나섰다. JYP의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도쿄를 비롯해 삿포로, 센다이 등 8개 도시를 돌며 오디션을 보고 연습생 20명을 뽑는다. 선발된 연습생은 한국으로 건너 와 JYP에서 6개월 동안 춤과 노래 훈련을 받는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된 멤버들은 2020년 11월 데뷔한다.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을 J팝에 접목해 현지 여성 그룹을 내놓은 실험이다.

20여 년 동안 K팝 기획을 해 온 대형 가요기획사의 고위 관계자는 “일본에서 K팝 기획사를 향한 합작 러브콜이 많아 JYP와 소니뮤직 같은 합작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