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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띄우고 김정은이 눈여겨보는 ‘베트남 모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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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띄우고 김정은이 눈여겨보는 ‘베트남 모델’이란

입력
2019.02.28 08:00
수정
2019.02.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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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사회주의 정권 유지하고도 경제 개방ㆍ발전 성공” 

모바일 플랫폼 기업 '그랩'의 오토바이 택시 배달부가 27일 베트남의 한 상점 앞에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다. 뒤에 있는 상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려진 티셔츠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림을 팔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모바일 플랫폼 기업 '그랩'의 오토바이 택시 배달부가 27일 베트남의 한 상점 앞에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다. 뒤에 있는 상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려진 티셔츠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림을 팔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베트남은 지금 세계에서 발전하는 몇 안되는 곳이다. 북한도 비핵화를 한다면 매우 빨리 그렇게 될 수 있다. 잠재력은 굉장하다(AWESOM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앞두고 베트남 경제를 한껏 치켜세웠다. 미국과 관계 개선 이후 국제 경제질서에 합류하면서 발전을 이룬 ‘베트남 모델’을 북한에 대입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을 회유하는 제스처다. 정도는 다르지만 북한 역시 베트남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의 수행단 가운데 오수용 경제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등이 베트남 경제 발전의 선도적 지역인 하이퐁을 둘러본 것이 이를 드러낸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이날 베트남 경제를 특집기사로 다뤘다.

 ◇베트남 ‘세계의 공장’ 된 비결 

하노이타임스가 인용한 베트남 일반관세국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과 교역량은 520억달러어치에서 4,510억달러어치로 거의 10배 가까이 뛰었다. 20년간 평균성장률은 6%에서 7%대를 오갔고 2018년 무역총액은 4,820억달러, 순수출액만 72억달러에 이른다. 같은 해 해외직접투자(FDI)액은 356억달러였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 머이(쇄신)’정책을 공표했는데, 이를 요약하자면 사회주의 정권을 유지하되 시장경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도 병행했다. 1994년 빌 클린턴 미국 정부가 무역 금수 조치를 해제한 데 이어 1995년 양국이 연락사무소를 격상해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재개했다. 2000년 양자간 무역협정이 체결됐고 베트남은 이를 바탕으로 2006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미국과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확립했다.

최근 베트남은 새로운 ‘세계의 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베트남은 약 1만개의 외자기업을 유치하고 있는데, 인건비가 상당히 오른 중국에 비해 인건비 면에서 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역 측면에서도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 태평양 11개국이 포함된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한 FTA 강국인데다 세계적인 소비시장인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누리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세계은행 자료,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베트남 하노이타임스 재인용
198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세계은행 자료,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베트남 하노이타임스 재인용
27일 북한 평양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다룬 노동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27일 북한 평양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다룬 노동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북한과 베트남의 평행이론? 

결국 ‘베트남 모델’은 정권을 유지하되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시장을 개방해 투자를 받는 모델이다. 이는 2018년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성공 선언으로 매조지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표방한 김 위원장의 희망과 합치한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레 홍 히엡 연구원은 26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사회주의 독재 정권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개방으로 경제 발전에 성공한 베트남이 자신의 통치 체제 안정을 추구하는 김 위원장의 흥미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경제발전 초기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내부 자본과 내수시장이 미약하기 때문에 베트남처럼 시장 개방을 통한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야만 폭발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거론된다.

다만 북한이 베트남의 번영을 따라가기에는 구조적인 난점도 많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은 너무 오랫동안 사유재산제를 부정해 왔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만한 능력을 지닌 북한인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장마당’ 운영을 통해 일부 나타나고는 있지만 초보적 수준이다. 또 베트남은 경제발전이 시작된 1980년대 인구 연령 평균이 20으로 비교적 젊은 국가인 반면, 북한은 인구 연령 평균이 34로 현재 베트남보다 ‘나이든 사회’라 성장 동력이 미약하다. 베트남은 현재도 전 인구의 70%가 생산가능인구에 속하는 피라미드형 인구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도 성장 여력이 풍부하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비핵화 문제가 걸려 있다는 것도 미국-베트남 관계와 결정적인 차이로 지목된다. 미국은 양국 관계 회복의 선제조건으로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해 왔지만 북한 정책 전문가들은 양국 간 협상 역사를 두고 볼 때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마찬가지로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 개선에 큰 걸림돌로 꼽혔던 베트남군의 캄보디아 주둔은 1989년 베트남이 군을 철수하면서 사라진 바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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