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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서울대 졸업식서 “나의 원동력은 분노” 파격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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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서울대 졸업식서 “나의 원동력은 분노” 파격 축사

입력
2019.02.26 18:00
수정
2019.02.26 22: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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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졸업 축사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졸업 축사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저는 꿈 대신 분노가 있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저를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을 세계적 스타로 키워 ‘BTS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모교 후배들에게 꺼낸 화두는 분노였다. 1991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방 대표는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주인공이다. 정재계 인사들이 축사를 맡았던 관례에 비춰보면 연예계 인사가 서울대 졸업식에 등장한 것 자체로 이례적인데, 분노라는 연설 주제 또한 파격이었다.

방 대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음악계의 현실을 거론하며 축사를 시작했다. 그는 “음악 산업은 불공정과 불합리가 팽배해 우리의 피, 땀, 눈물의 결실인 콘텐츠가 부당하게 유통되거나 부도덕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아직도 너무나 많다”며 “원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문제가 눈앞에 있고,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늘 분노하고 싸워왔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은데, 분명 더 잘 할 방법이 있음에도 ‘튀기 싫어서’ 혹은 ‘원래 그렇게 했다’는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하곤 한다”며 부조리한 현실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 대표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분노야말로 행복의 원천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저의 상식이 구현되도록 싸우는 것이 제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음악 산업을 발전시켜 종사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저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에게 자신만의 행복을 그려나가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방 대표는 “지금 큰 꿈이 없다고, 구체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리지 못했다고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무엇이 진짜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사 막바지에 ‘불만 많던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 좋은 사람으로 축복받으며 눈감음’이라는 자신의 묘비명을 공개한 그는 “상식이 통하는 그날까지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라는 다짐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방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졸업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냈다. 이날 가족과 함께 축사를 들은 졸업생 신우택(26)씨는 “삶의 원동력은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분노도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고 전했다. 졸업생 이경인(23)씨도 “당장 쌓여있는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행복한 일이라는 말이 심적으로 큰 응원이 됐다”며 “방 대표의 솔직한 응원이라 다른 축사보다 더 와 닿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졸업식 축사는 지금까지 교수나 정재계 인사가 주로 맡는 게 관례였다. 서울대 출신의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2013년 서울대 입학식에서 축사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졸업식 축사에 연예계 인사가 등장한 것은 방 대표가 처음이다.

방 대표의 축사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직접 부탁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방 대표가 자신만의 영역에서 혁신을 시도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이유로 파격적으로 섭외됐다”고 전했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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